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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 노사, 한마음회관·본사서 대치 중…사측 "주총 열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31일 오전 7시 40분쯤 현대중공업 법인분할 임시 주주총회 장인 한마음회관 앞에서 노조와 사측이 대치하고 있다. 오원석 기자

31일 오전 7시 40분쯤 현대중공업 법인분할 임시 주주총회 장인 한마음회관 앞에서 노조와 사측이 대치하고 있다. 오원석 기자

31일 오전 7시 40분쯤 울산시 동구 한마음 회관. 이날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인 현대중공업 법인 분할 임시주주 총회를 앞두고 현대중공업 사측이 주총장 진입을 시도하자 노조원들이 막아서며 대치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사측은 이날 오전 7시 20분쯤 본사에서 주총준비 요원과 질서유지 요원 등 500여명이 한마음 회관으로 이동했다. 파란색 조끼에 '안내' 비표를 붙인 주총 안내용역 400여명과 '진행' 비표를 붙인 회사 측 직원들을 포함해 총 500여명이 주총장 앞에서 노조원들과 대치했다. 이들은 안전을 위해 모두 공사장에서나 볼 법한 흰색 안전모를 쓰고 있었다.

오전 7시30분 사측 500여명 주총장 한마음회관 도착 #현대중 노조 등 사측 주총장 진입 막아 대치 이어져 #8시 45분 본사로 주총장 변경설에 노조원 몰려와 대치

하지만 닷새째 한마음 회관에서 점거 농성을 하는 현대중공업 노조와 이를 지원하기 위해 30일 모인 금속노조 소속 영남권 노조원 수천 명이 막았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대열의 가장 앞에 나선 최헌 현대중공업 인사담당 상무가 노조 측과 말다툼했다. 최 상무는 “법원이 방해하지 말라고 한 주총을 막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져 물었지만, 노조 측에서 가장 앞서 나온 조합원은 “물러설 수 없다”고 맞섰다. 최 상무가 설득을 진행하는 동안에도 노조원들 사이에서는 “당신들 정신 차려야 한다”“물적분할하면 우리 다 죽는다”는 고성이 튀어나왔다.

최 상무를 포함한 회사 측 주총 진행요원들은 약 10여분간 대치하다 오전 8시쯤 뒤로 물러났다. 법원은 회사가 제기한 주총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해 이날 오전 8시부터 발효됐다. 노조 조합원들은 이 시간 이후 주총 진행을 방해할 수 없지만, 대치 상황은 풀리지 않았다. 오전 8시 45분쯤에는 수백명의 노조원들이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 본사 앞으로 몰려와 진입을 시도했다. 회사측이 본사 정문 앞에 버스로 차단벽을 만들면서 본사 내부 체육관으로 주총장이 변경됐다는 소문이 나면서다. 상법상 회사 내부에서도 주주총회를 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 본사 내부로 주총장이 변경됐다는 소문이 돌면서 일부 조합원들이 회사 진입을 시도하자 회사측이 버스를 이용해 차단벽을 만들어 대치하고 있다. 위성욱 기자

현대중공업 본사 내부로 주총장이 변경됐다는 소문이 돌면서 일부 조합원들이 회사 진입을 시도하자 회사측이 버스를 이용해 차단벽을 만들어 대치하고 있다. 위성욱 기자

이런 가운데 회사측은 한마음회관에서 예정대로 임시 주주총회를 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법인분할에 반대해 온 노조가 닷새째 한마음회관을 점거한 상태여서 실제 주총 성사 여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회사 측은 이날 오전 7시 30분쯤 주총 준비 요원 등을 보내 주총을 추진한 뒤 노조의 물리력 행사로 무산되면 한마음 회관이 아닌 제3의 장소에서 주총을 열 계획도 내부적으로 논의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27일 한마음 회관을 기습 점거했다. 1500여명의 노조 조합원 중 500명은 회관 안으로 들어가 출입문을 봉쇄하고 창문도 의자와 합판 등으로 막았다. 1000여명은 회관 밖에서 텐트를 치고 점거 농성을 들어갔다. 또 한마음회관 주요 출입구를 수백 대의 오토바이 등으로 바리케이드를 쳤다.

점거 농성 나흘째인 30일에는 한마음 회관 앞에서 현대중공업 노조를 지원하는 영남권 노동자 대회도 열렸다. 이날 노동자 대회는 울산 동구가 지역구인 김종훈 민중당 국회의원, 노회찬 전 의원에 이어 창원시 성산구에서 당선된 여영국 국회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전의를 다지는 노조원들의 비장한 기운이 감돌았다. 임시로 마련된 단상 위로 발언자의 말이 끝날 때마다 “뿌우~”하는 응원용 악기 부부젤라가 요란하게 울리고 뒤이어 “투쟁~”이라는 함성이 이어졌다. 한 발언자는 “쉽지 않은 싸움이 예상됩니다. 만만찮은 사측의 공세가 예상되니 동지들은 지금까지 보여준 단결력의 10배, 100배 이상의 당찬 각오가 필요합니다”며 전의를 다졌다.

한마음회관에서 대치중인 현대중 노사. 오원석 기자

한마음회관에서 대치중인 현대중 노사. 오원석 기자

노조측은 법원의 주총장 퇴거 명령을 거부했다. 울산지법은 이날 노조가 회사 소유인 한마음회관을 불법적으로 점거하고 있으니 회사에 돌려줘야 한다는 현대중공업 사측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또 법원 집행관과 사측 관계자 등은 이날 오후 4시쯤 한마음회관을 찾아 ‘현대중공업 주주총회장을 봉쇄해선 안 된다’는 내용의 또 다른 가처분 결정 고시문을 부착하고자 했으나 노조 관계자들이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고 거부해 무산됐다.

이 고시문에는 ‘주총이 열리는 31일 오전 8시부터 주총장인 한마음회관에서 주주 입장을 막거나 출입문을 봉쇄하는 행위, 주총 준비를 위한 회사 측 인력 출입을 막는 행위, 단상 점거나 물건 투척 등으로 주주 의결권을 방해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 등이 적혀있다.

 현대중공업 주총 하루 앞두고 집결한 영남권 노동자. [연합뉴스]

현대중공업 주총 하루 앞두고 집결한 영남권 노동자. [연합뉴스]

앞서 현대중공업 사측은 지난 28일과 29일 농성장을 찾아 “법 테두리 안에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한마음 회관에서 주총을 열겠다”며 노조에 스스로 해산할 것을 요구했다. 노조는 이날 영남권 노동자 대회와 촛불문화제 등을 열며 1박 2일 일정으로 주총까지 밤을 새우며 한마음 회관을 봉쇄하고 있다. 경찰은 노사 충돌 사태에 대비해 기동대 64개 중대 4200여명을 농성장 주변에 배치한 상태다.

회사측 관계자는 “법원의 업무방해 금지 가처분과 부동산 명도단행 가처분이 인용된 만큼 노조는 즉각 점거를 풀고 주총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협조를 해야 할 것”이라며 “오전 7시 30분부터 주총 준비요원과 우호 주주 등을 보내 한마음회관에서 예정대로 주총을 추진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울산=위성욱·오원석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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