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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도관광'서 3대 모두 실종···다뉴브강 비극에 무너진 가족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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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뉴브강에서 실종된 이들 중에는 인천 3대(代)도 포함돼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김모(6)양과 김양 모친, 김양 외조부모 이렇게 4명이다. 이날 오후 찾은 인천시 미추홀구 내 3층짜리 상가주택 건물에는 인기척이 없었다. 전깃불은 모두 꺼져 있었다. 김양은 이 건물에 주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다페스트 유람선 침몰 사고 당시 영상 캡쳐 사진. [연합뉴스]

부다페스트 유람선 침몰 사고 당시 영상 캡쳐 사진. [연합뉴스]

2층에 피부관리숍이 입주해 있는데 김양 모친이 운영했다고 한다. 3층에는 외조부모가 살고 있었다고 한다. 평소 김양을 외조부모가 정성스레 돌봐줬다고 한다. 이를 감사히 생각한 김양의 어머니가 ‘효도여행’을 겸해 가족여행을 떠났다 현재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김양 부친의 전화기는 꺼져 있었다.

아이 돌봐 준 부모 '효도관광' 겸해

인천시 측은 "미추홀구와 공동으로 직원 2명을 (김씨 가족에게) 전담 배치한 상황"이라며 “현재 김씨 가족은 외교부 도움을 받아 현지에 가기 위해 준비 중이다”고 말했다. 참좋은여행사 측은 "김양의 외사촌이 이른 시간에 현지에 가기를 희망하고 있어 최대한 협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고 동창생 3명이 꿈 같은 첫 동반 해외여행 길에 올랐다 2명이 실종되는가 하면, 인생 2막을 위해 귀촌한 뒤 모처럼만의 부부여행에 날벼락을 맞기도 했다. 가족과 이웃들은 실낱같은 희망을 버리지 않은 채 기적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부부여행을 떠난 헝가리 한국인 여행객 설씨 부부의 가족이 30일 오후 서울 서소문 참좋은여행사를 찾아와 구조상황을 질문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부부여행을 떠난 헝가리 한국인 여행객 설씨 부부의 가족이 30일 오후 서울 서소문 참좋은여행사를 찾아와 구조상황을 질문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서울 무학여고 동창생인 정모(64·경기도 군포)씨, 안모(65·서울 목동)씨도 30일 오후 6시 현재 실종된 상태다. 그나마 다행하게도 일행 중 이모(66·경기도 군포)씨는 구조됐다. 정씨의 남편은 중앙일보에 “여고 동창끼리 처음 해외여행을 간다고 얼마나 설렜었는데…”라며 “애타는 마음으로 아내의 구조 소식만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그는 “시간이 없는 만큼 현지에서 최선의 인명구조가 이뤄지기만을 바란다”며 “정부도 현지 구조작업 지원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했다. 정씨 가족들은 당장 비행기표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부부 동반이나 동창 여행 많아

역시 실종자인 최모(64ㆍ경기도 안양)씨 내외도 부부동반 여행길에 올랐다 가족들과 소식이 끊겼다. 최씨 아들은 “부모님이 은퇴하시고 쉬시려고 여행을 가셨는데…”라며 “무슨 소식 들은 것 없냐”고 기자에게 애끓는 심정을 전했다. 10년 전 충남으로 귀촌한 또다른 최모(63)씨 부부도 지인들끼리 부부동반 해외여행에 나섰다 소식이 끊겨 이웃들을 침통케 하고 있다. 이웃들은 “아까운 사람이다”고 말했다.

비 내리는 사고현장. [부다페스트=연합뉴스]

비 내리는 사고현장. [부다페스트=연합뉴스]

전남 여수에 사는 황모(50·여)씨는 다행히 구조됐지만 동행한 김모(42·여)씨와 김씨 딸(21), 김씨 언니(45)는 아직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황씨는 김씨 자매의 고모로 알려졌다. 황씨 아들과 김씨 남편은 전화를 받지 않았고, 김씨 여동생 전화기는 꺼져 있었다.

또 실종된 여행사 가이드 이모(36·여)씨의 모친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한참을 오열했다. 이씨는 참좋은여행사 측에 소속된 가이드다. 현지 가이드는 아니고 출장을 떠났다. 모친은 가슴이 까맣게 탄 상태다. 31일 오전 비행기로 실종사고 현장으로 갈 예정이다. 그는 “어떻게 해야 하나. 너무 무섭다”며 구조 소식을 전하는 TV도 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 가락동의 한 아파트 경비원은 실종자 중 입주민이 있다는 비보에 안타까워했다. 경비원은 “6월 2일에 돌아온다고 집 좀 잘 봐달라고 해 그런 줄만 알았다”며 “근데 하필 헝가리를 갔다니. 왜 하필 그 배에… 내가 여기서 일한 지 10년인데 두 내외가 굉장히 사이가 좋았었는데”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전익진·김방현·최모란·남궁민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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