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2020년 최저임금 심의 관전 포인트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1대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박준식 위원장이 30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2차 전원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좌측은 공익위원인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뉴스1]

11대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박준식 위원장이 30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2차 전원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좌측은 공익위원인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뉴스1]

내년도 최저임금을 정하는 심의가 30일 시작되면서 최저임금위원회의 심의·결정 과정에 국민의 눈이 쏠린다. 내년에 적용할 최저임금이 어느 수준으로 결정되는지에 따라 경제 신호가 달라져서다. 집권 3년차 정책 수정이냐, 소득주도성장을 계속 밀어붙일 것이냐를 가늠할 수 있다.

내년 최저임금의 심의·결정 과정을 지켜보는 관전 포인트 또한 경제·고용상황과 맞물려 있다.

①속도조절 수준

올해는 당·정·청에서 속도 조절을 시사하는 발언이 잇따랐다. 문재인 정부 들어 최저임금은 29%나 올랐다. 정부도 그에 따른 부작용을 확인하고 인정했다. '최소 폭 인상'으로 점쳐지는 이유다.

문제는 그동안 너무 많이 오른 탓에 최저임금의 덩치가 커졌다. 조금만 올려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커질 수밖에 없다. 올해보다 3%만 올려도 현 정부 들어 33% 인상된다. "정부가 내년 최저임금 동결 입장을 표명하는 것만큼 확실한 신호가 없을 것"(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이라는 말이 나오는 까닭이다.

②결정의 유연성 여부

최저임금위는 지금까지 최저임금을 인하는 고사하고 동결한 적도 없다. 1998년 9월부터 적용된 2.7% 인상이 최저 인상률이다. 물론 모든 업종에 일률적으로 적용된다.

문제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직격탄을 맞은 사람은 형편이 어려운 자영업자라는 점이다.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 같은 취약업종에 종사한다. 이들은 지난 2년 간 큰 충격을 받았다. 내상이 커서 작은 충격에도 그 강도가 셀 수밖에 없다.

성태윤 교수는 "취약업종은 동결하고, 상대적으로 괜찮은 업종은 올리는 방법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면적인 업종별 차등 적용은 논란이 불가피해 짧은 심의 기간동안 도입하기 불가능한 상황이다. 따라서 경제와 고용상황을 반영한 유연한 결정체계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③근로장려세제(EITC), 실업부조와의 조화

정부는 EITC를 대폭 확대했다. 일정 금액 이하의 저소득 근로자에게 세금 환급형태로 소득을 보충해주는 제도다. 여기에 내년에는 한국형 실업부조제도의 닻이 오른다. 중위소득 50~60% 이하의 취약계층에 구직촉진수당 명목으로 소득을 보전해준다.

두 제도 모두 '일하는 복지'를 지향한다. 근로빈곤을 없애고 근로의욕을 고취시키는 제도다.

최저임금도 일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따라서 EITC 확대와 한국형 실업부조제 도입은 최저임금의 인상 부담을 줄여준다. 시장에서 결정되는 임금 본연의 기능을 해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이 최저임금 인상보다 EITC와 실업부조제 확대를 권고한 이유다.

심의·결정 과정에서 두 제도를 얼마나 고려하고 반영할 것이냐도 중요한 변수다.

지난해 7월 14일 새벽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익위원이 제안한 8350원이 2019년 최저임금으로 결정됐다. [뉴스1]

지난해 7월 14일 새벽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익위원이 제안한 8350원이 2019년 최저임금으로 결정됐다. [뉴스1]

④공익위원의 행보

지난해 논란을 일으켰던 외부 공익위원 8명이 모두 교체됐다. 공익위원은 노사가 대립하는 상황에서 사실상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한다. 이들의 손에 내년 최저임금이 달린 셈이다.

박준식(한림대 사회학 교수) 신임 위원장은 "2년 동안 인상 수준이 빨랐던 것에 대해서는 사회적 공감대가 있다"며 "고용주에게 미치는 영향도 공정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임 공익위원은 최저임금을 빈곤문제로 접근하는 경향을 보였다. "국가가 책임져야 할 복지 문제를 임금을 주는 사업주에게 떠넘기는 발상"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신임 공익위원들은 이런 편향성으로부터는 자유롭고, 전문성을 갖췄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다만 정권이나 일부 단체에 휘둘리지 않고 중립을 얼마나 견지하느냐가 관건이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