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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최저임금 속도조절? 3%만 올려도 3년새 33% 인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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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정부는 지난 24일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을 새로 위촉했다. 비교적 중립적이고, 전문성을 갖췄다는 평가다. ‘최저임금 속도조절’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 붙었다. 공교롭게 그즈음 청와대에서 3~4% 인상설이 흘러나왔다. 청와대는 “사실이 아니다”고 했지만, 정부와 여당 일각에서도 “경제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상황이다. 여러 정황이 속도조절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정부 “급격히 올린 탓 고용 감소” #경영계 마이너스 인상론까지 나와 #노동계는 ‘명목시급 1만원’ 고수 #학계선 “일부 업종만 인상” 주장도

그렇다면 내년에 적용할 최저임금을 3% 정도 올리면 속도를 조절한 것으로 시장이 받아들일까?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탁구공의 3%와 농구공의 3%는 크기가 다르다”며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인상률만 놓고 논할 시점이 아니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이미 많이 오른 상태에서 또 올리면 그 무게를 시장이 견딜 수 있는지를 따져야 하고, 그 충격의 정도를 속도조절의 판단 잣대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내년 최저임금을 3%만 인상한다고 쳐도 명목 시급은 8601원이 된다. 올해보다 251원 오른다. 주휴수당을 포함한 실질 시급은 1만331원으로 올해(시간당 1만30원)보다 300원 인상된다. 정부가 공표(주휴수당 포함)하는 최저 월급은 179만7609원으로, 올해(174만5150원)보다 5만2459원 오른다.

내년 최저임금을 3%만 올려도 현 정부 들어 32.9% 오르는 셈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1일 실태조사를 통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탓에 고용이 감소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정부의 첫 공식 영향 평가다. 최저임금 공익위원을 역임한 모 대학 경영학 교수는 “현 정부 2년 동안 29%나 올렸다가 고용시장이 큰 타격을 입었는데, 이런 상황에서 3년 차에 33%로 불리면 고용시장이 견딜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그런 면에서 속도조절로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경영계에서는 마이너스 인상론도 나온다. ‘주휴수당을 포함해 1원만원 대인 시급 8330원’이라는 구체적인 액수도 거론된다. 올해보다 20원(-0.2%) 내린 액수다. 명목 시급이 8330원이면 주휴수당을 포함한 실질 시급은 1만6원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상징성을 강조하는 셈이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마이너스론은 실제로는 최저임금을 안 낮추면서 고용시장에 긍정적 신호를 주는 상징적 의미”라고 말했다.

반면 노동계는 명목 시급 1만원을 고수하고 있다.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1만2012원이다.

성태윤 교수는 “부진한 경제 상황에서 최저임금 동결만큼 확실한 정책 신호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1988년 활동을 시작한 이래 동결하거나 하향조정한 적은 없다. 최저임금위원회의 이런 경향에다 소득주도성장을 철학으로 삼고 경제를 다루는 현 정부의 성향, 내년 총선 등을 고려할 때 인상 쪽으로 무게추가 기운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성 교수는 “동결이 정 어려우면 인상이 가능한 몇 개 업종만 올리고 나머지를 동결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업종별 차등은 현행법으로 가능하다.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최저임금 심의를 매년 하지 않는 나라도 많다”며 “임금이 3% 오르는 동안 매년 10% 이상 올린 상황에서 꼭 양(+)의 인상을 고집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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