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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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올해는 물난리를 겪지 않고 조용히 보내는가 했더니 장마 끝마무리에 집중호우를 만나 또 한차례 큰 물난리를 겪게 되였다.
국민들이 이제는 지난날의 연례행사였던 가뭄과 홍수의 악몽에서 벗어나게 되었나 보다라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정부는 그동안 수백 억, 수천 억 원의 예산을 들여 수많은 댐을 쌓았고 하구언이니, 방조제니 하는 것을 만들었다. 그리고 기상 모에도 최첨단 일기예보 장비를 도입, 가동해 다시는 옛날 같은 물난리걱정을 안하고 살 줄 알았다.
그런데 지난.25일 새벽부터 영·호남지방에 쏟아 부은 집중호우는 영산강과 섬진강을 범람직전에 이르게 했고, 인명과 재산피해 또한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번 집중호우는 전남의 일부지방에서는 최고 4백25나 쏟아졌다. 그 정도면 아마 하늘에서 폭포수가 쏟아져 내린 것과 같을 것이다. 그 때문에 영산강은 39년 광주측후소가 생긴 이래 처음으로 홍수 위를 넘어섰다고 한다. 따라서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감당해 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중앙기상대는 바로 전날인 24일 주간기상보고를 하면서 남부지방은 장마 권에서 벗어난다고 했다. 그리고 실제로 일부지역에는 3백 이상의 호우가 쏟아지고 있는데도 뒤늦게 서야 호우경보 또는 호우주의보를 내렸다. 기상대의 예보가 조금만 앞섰더라면 피해를 크게 줄일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물론 기상대의 예보가 1백%들어맞기를 기대하는 사람은 없다. 선진국에서도 일기예보의 적중률은 85%가 고작이다. 그러나 설사 그 15%의 오보를 허용한다 하더라도 피해의 내용에 있어서는 엄청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 한 예가 지난 87년 태풍 셀마 호 사건이다. 당시 기상대는 셀마의 진로를 한반도의 남단을 거쳐 동해로 빠지기 때문에 내륙에는 간접 영향밖에 없다고 예보했었다. 그러나 실제로 셀마는 남해안에 상륙, 내륙을 관통함으로써 엄청난 피해를 주었다. 그래서 한때는 고위층에 처음 보고한 것을 뒤늦게 바꿀 수 없어 그렇게 되었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문제는 15%의 오보도 가급적 줄여야겠지만, 같은 오보라도 이번과 같은 피해를 내는 오보는 다시 있어서 안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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