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일째 바다를 떠도는 북한 석탄…美 제재에 말레이시아서 거부

중앙일보

입력

인도네시아에서 북한산 석탄을 싣고 말레이시아로 향하던 선박 동탄호가 입항이 거부된 후 다시 인도네시아 인근 해상으로 돌아온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사진 VOA, 마린트래픽(Marine Traffic)]

인도네시아에서 북한산 석탄을 싣고 말레이시아로 향하던 선박 동탄호가 입항이 거부된 후 다시 인도네시아 인근 해상으로 돌아온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사진 VOA, 마린트래픽(Marine Traffic)]

북한산 석탄을 실은 선박 ‘동탄호(Dong thanh)’가 40일 넘게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해역을 떠돌다가 인도네시아 항구로 향하고 있다고 미국의소리(VOA)가 29일 보도했다.

와이즈어니스트호 석탄 옮겨실은 동탄호 #말레이시아 입항 거부당한 뒤 해상 떠돌아 #“인도네시아 정부가 입항 허용할지 주목”

동탄호는 미국이 압류한 북한 선박 ‘와이즈 어니스트호(Wise Honest)’에 있던 석탄을 지난달 13일 인도네시아 발릭파판 항 인근 해역에서 옮겨 실은 뒤 말레이시아 케마만항으로 향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 선박의 입항을 거부했다. 이후 동탄호는 13일부터 28일까지 약 46일간 어느 항구에도 정착하지 못했다.

VOA는 “동탄호는 28일 기준 자카르타 항구에서 242km 떨어진 지점에 머물고 있다”며 “지난 25일부터 인도네시아로 향하고 있다”고 전했다. 선박 추적 사이트 마린트래픽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최남단 해상에 머물던 동탄호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동쪽 해상을 따라 남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VOA가 확보한 '선하증권(Bill of Lading)'엔 동탄호의 화주(shipper)는 러시아의 한 회사며 석탄의 하역지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마룬항이라고 적혀있다. 수화인 역시 인도네시아에 주소지를 둔 회사다. 또 이 선하증권은 동탄호에 연료탄(steam coal) 2만 6400t이 실려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VOA는 “이전에 확보한 선하증권엔 화주와 수화인 모두 중국 난징의 한 회사였다”며 “선하증권의 내용이 세 번 달라졌다. (이번에 확보한 선하증권은)이번 항해를 앞두고 새롭게 발행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VOA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입항과 하역을 허용할지 주목된다”고도 전했다.

한편, 지난 21일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는 뉴욕 유엔본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에 와이즈 어니스트호을 즉각 반환할 것을 요구했다. 당시 김 대사는 “미국이 우리 화물선을 일방적인 제재와 국내법 위반을 핑계로 압류한 것은 불법 무도한 짓”이라고 말했다. 이에 미 국무부는 “유엔 안보리가 결정한 대로 국제 제재는 유지될 것이며, 모든 회원국에 의해 집행될 것"이라며 반환 거부 의사를 밝혔다. 와이즈 어니스트호는 지난해 4월 인도네시아 당국에 억류된 뒤 같은 해 7월 미국이 이 선박을 압류했고, 지난 5월 미국령 사모아로 옮겨졌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