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서 빠진 돈 잡자" 상가 신규분양 봇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9면

지난 6월 서울 동대문 굿모닝시티 분양비리 사건 이후 침체에 빠졌던 신규 상가 분양시장이 다시 활기를 띨 조짐이다.

굿모닝시티 사건의 충격이 다소 수그러든 데다 정부의 9.5대책 발표 후 재건축아파트에서 빠진 시중의 유동자금이 이쪽으로 흘러올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업체들이 분양을 서두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년 하반기부터 상가 등 분양제도가 바뀌면 사업이 힘든 만큼 올 가을 이후 규제를 피하려는 신규 분양 물량이 대거 쏟아질 것으로 내다본다.

◇안전한 상가에만 돈 몰려=굿모닝시티 상가 분양비리 사건 이후 달라진 점은 투자자들이 안전한 상가만 입질한다는 것이다. 특히 테마상가의 경우 전반적인 침체 속에서도 토지매입이 끝나고 건축허가가 떨어진 곳은 분양실적이 좋은 편이다.

8월 말 선보인 서울 용산 전자상가 앞 토투밸리의 경우 상가 등 5백여개 점포는 일주일 만에 모두 팔렸다. 분양업체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가장 먼저 묻는 게 토지 소유권과 건축허가 여부"라며"이 상가는 둘 다 갖춘 후 분양을 시작해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분양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명동 입구에서 분양 중인 대형 쇼핑몰 하이티파니도 분양가가 다소 비싸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1천50여개 점포 중 60% 정도 팔렸다고 회사 측은 주장했다. 업체측은 "테마상가에 대한 불신 때문에 한동안 고전했지만 토지매입.건축허가가 끝났고, 신탁회사가 책임 준공한다는 점이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굿모닝시티처럼 토지 소유권을 확보하지 않은 채 분양 중인 동대문 F.R.P 테마상가 등의 분양 실적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규 분양 서두른다=그동안 분양을 미뤄왔던 상가 시행사들은 분양을 서두르고 있다. 9.5대책으로 재건축 아파트에서 이탈한 자금을 끌어모으기 위해서다.

내년 하반기부터 '상가 등 건축물 분양에 관한 법률'이 시행될 경우 연면적 3천㎡(약 9백9평) 이상의 상가를 분양하려면 사업부지 소유권을 모두 확보해야 하고, 골조공사가 끝난 뒤 분양해야 하는 등 사업이 매우 힘들어진다.

상가114 유영상 소장은 "새 분양제도가 시행되면 자금력이 부족한 테마상가나 근린상가 시행사들은 사업할 엄두를 못내기 때문에 법 시행 전에 신규 분양 물량을 쏟아낼 가능성이 크지만 부지매입과 건축허가 등 안전장치를 갖춘 곳만 분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최근 분양에 들어간 서울 관악구 봉천동 메쯔는 토지 소유권 확보와 건축허가를 받았고, 10월 이후 선보일 롯데한방천하.스타지오.구로애경게이트 등도 이런 조건을 충족한 뒤 분양에 들어갈 계획이다.

◇투자 유의점=분양물량이 늘어나면서 투자자들의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하지만 무턱대고 매입해서는 안된다. 부지매입이나 건축허가 등과 함께 시행사와 시공사의 안전도를 확인해야 한다.

파라I&D 박종관 사장은 "테마상가의 경우 공급물량이 많았던 곳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파트단지내 상가도 다르지 않다. 주택공사 판매부 관계자는 "고정 상권이 보장된 택지개발지구 등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서미숙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