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공 선물」갖고 가는 북 방행|김석환<외신부 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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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우리나라가 소련 및 동구권 국가들과 접촉이 잦아지면서 한국인들의「과공」을 질타하는 소리들이 국내외에서 자주 나오고 있다.
홍콩에서 발행되는 파 이스턴 이코노믹 리뷰지는 최근호에서 한국의 한 대학이 소련학자들을 접대하는데 무려 8만 달러를 사용했으며 그대 가는 소련입국 단수비자였다고 보도했다.
이 잡지는 또 한국기업들이 소련진출의 끈을 잡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는 소련학자들에게 VTR를 비롯한 각종 전자제품 등으로 선물공세를 펴고 있으나 효과는 극히 미지수라고 꼬집었다.
이밖에 모스크바를 사업차 방문한 모회사의 임원 진은 소련 측 실력자의 방을 최신 전자제품으로 꾸며 주었으며 또 다른 회사는 이 실력자에게 선물이라며 지프 2대를 제공했다는 얘기도 있다.
손님을 접대하거나 방문할 때 선물을 주고받는 것은 아름다운 미덕이며 특히 한국의 경우 이는 하나의 관행이라는 주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과도한 선물공세에 길들여진 소련인 들이 한국의 예절이나 한국식 선물공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오히려 당연한 일로 생각, 으레 이를 기대하는 습관이라도 생길까 우려된다.
실제로 앞서 언급한 한 소련 실력자를 취재 차 방문하면서「한국식 예절」로 코냑 한 병을 들고 갔던 기자는 안내원으로부터 코냑 한 병은 선물이 안되며 선물은 최소한 지프나 고급 전자제품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친절한」설명을 듣고 무척 당황한 일이 있다.
그러면서 이 안내원은 같은 한국에서 온 사람들인데 왜 그렇게 선물이 빈약하냐 며 오히려 의아하다는 듯 기자일행을 쳐다보기까지 했다.
한국식 예절도 좋고 일부 부패한 소련사회에서 확실한 줄을 잡아 한 건하려면 이 정도의 선물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생각도 좋다.
그러나 이러한 발상에 의한 행동이 소련 사람들로 하여금 한국인하면 뇌물을 연상시킬 정도로까지 발전해서는 안될 것 같다.
과 공은 비례일 뿐 아니라 자칫 우리를 업신여기게 하는 소지를 제공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제화 시대에 대비한 우리의 세련된 매너가 새삼 요청된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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