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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황경택 쌤과 자연이랑 놀자 15.애벌레

중앙일보

입력

15.애벌레
'반갑지 않은 손님' 애벌레를 대하는 식물의 자세

5월이 되면 숲은 좀 더 초록이 짙어집니다. 4월에 새로 싹이 나오기 시작했다면 5월은 그 잎의 크기가 아주 커지는 때로, ‘녹음(綠陰)이 짙어진다’라고 해요. 이때 피어나는 꽃들은 주로 흰색이 많죠. 아까시나무·찔레꽃·때죽나무·국수나무·이팝나무 등 여러 나무가 흰색 꽃을 피웁니다. 주변이 어두워지니 밝은색을 띠어야 곤충들의 눈에 잘 띄겠지요. 다양한 꽃에 곤충들이 찾아와서 꽃가루받이를 해주니 식물에게는 반가운 일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곤충이 반갑지 않을 때도 있어요. 바로 애벌레들이죠. 곤충들이 알에서 깨어나는 시간은 저마다 조금씩 다른데, 특히 5월에 알에서 깨어나는 곤충이 많답니다. 가히 애벌레들의 천국이라고 할 정도로 많은 애벌레들이 활동하죠. 알-애벌레-성충의 3단계만 거치는 곤충들도 있지만 알-애벌레-번데기-성충 이렇게 네 가지 모습을 갖는 곤충들도 많습니다. 이렇듯 모습이 달라지는 것은 주변의 상황에 맞춘 몸의 변화인데요. 알은 가만히 깨어나길 기다리며 붙어 있어야 하니 작고 동그래야겠죠. 애벌레는 먹는 시기입니다. 번데기는 성충이 되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이고 성충은 짝짓기해서 알을 낳기 위한 모습입니다. 5월이 되면 잎이 연하고 커다래서 먹기가 좋아요. 그래서 알에서 깨어나 냠냠 먹기만 하는 애벌레가 많은 것입니다.

그렇다면 잎은 가만히 먹히기만 할까요? 식물은 자기를 지키기 위해서 가시나 독을 만들어내요. 특히 잎들은 애벌레가 먹으면 배탈이 나거나 죽을 수 있는 강력한 독을 갖고 있죠. 나무의 독보다 풀의 독이 더 강한 편이에요. 민들레나 왕고들빼기를 꺾으면 흰색 유액이 나오죠. 애기똥풀은 유액이 노란색이라서 애기똥풀이라는 이름이 붙었어요. 괭이밥이란 풀은 먹어보면 신맛이 나요. 이런 것들이 모두 독이라고 할 수 있어요. 사람에겐 큰 피해가 없고 오히려 약이 될 수도 있지만 체격이 작은 곤충들에겐 치명적일 수 있죠.

식물은 꽃이 필 때는 곤충을 부르지만 잎은 곤충을 피하고 싶어 해요. 지금도 숲속에서는 다양한 곤충과 식물들이 싸우기도 하고 돕기도 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 관계가 오래 지속되면서 지금의 모습이 된 것이죠. 그러는 동안 또 다른 멋진 질서를 만들게 되었어요. 여러분도 간혹 친구들과 다투더라도 그게 전부라거나 끝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다시 친해져서 좋은 관계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면 좋겠어요.

애벌레 가위바위보 -애벌레와 나뭇잎의 가위바위보 놀이를 통해 둘의 관계를 이해해봐요.
1. 나뭇잎을 한 명 뽑고 나머지는 애벌레가 된다.
2. 표시된 장소에 애벌레들이 일렬로 서서 나뭇잎과 가위바위보를 한다.
3. 이기면 한 걸음 앞으로, 지면 한걸음 뒤로, 비기면 제자리에 선다.
4. 가위바위보를 계속해서 제일 먼저 나뭇잎을 잡는 사람이 누가 되는지 알아보는 놀이다.

*모든 애벌레가 나뭇잎의 가위바위보를 잘 봐야 하므로 손을 높이 들고 천천히 한다.
*계단에서도 할 수 있다. 단, 계단이 넓어야 한다.
*향이 강하거나 잎·줄기에서 유액이 많이 나오는 식물 근처에서 하면 놀이와 연결이 잘돼 효과가 더 좋다.
*위험한 상황이 생길 때 나는 어떻게 거기에 맞서는지 이야기해보는 것도 좋다.

글·그림=황경택 작가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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