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주의로 중산층 지지 이끌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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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리페 칼데론 멕시코 대통령 당선자가 6일(현지시간) 수도 멕시코시티의 선거운동 본부에서 연설을 마친 뒤 지지자들의 환호에 손을 들어 답하고 있다. [멕시코시티 AP=연합뉴스]

6일 최종 결과가 발표된 멕시코 대통령 선거에서 좌파 민주혁명당(PRD)의 로페스 오브라도르 후보를 박빙의 차로 누른 펠리페 칼데론(43) 당선자는 전형적인 엘리트다.

친미.자유시장주의를 내건 직업 정치인으로 멕시코 재계.중상류층을 대표한다.

멕시코 중서부 모렐리아 출신으로 명문 사립 멕시코기술자치대학(ITAM)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미국 하버드대에서 공공정책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대 초반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국민행동당(PAN) 청년운동 총재를 맡는 등 일찌감치 정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1995년 미초아칸 주지사가 됐으며, 96년부터 99년까지 북부 지역 자본가 세력을 집결한 우파 국민행동당(PAN)의 총재를 지냈다. 2000년 같은 PAN 소속의 비센테 폭스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국가개발은행(Banobras) 총재(2000년)에 이어 에너지 장관(2003년)에 임명되며 승승장구했다. 지난해 말 당내 경선에서 폭스 대통령의 최측근인 산티아고 크릴 전 내무장관을 물리치고 대선 후보로 뽑혀 돌풍을 일으켰다.

대선 출마자들 가운데 가장 젊어 청년층에게 인기가 높은 그는 ▶폭스 정권의 경제정책 계승▶강력한 치안대책 등을 공약으로 내세워 재계와 중산층의 지지를 얻었다. 또 에너지 부문에 대한 민간투자를 강조한다. 석유시설을 국유화한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등 다른 중남미 좌파 정권들의 '자원민족주의'와는 상반된다.

하지만 35%대에 불과한 지지율, 0.57%(22만 표)의 근소한 차이로 대권을 잡은 칼데론에겐 험난한 앞길이 놓여 있다. 당장 오브라도르 후보가 "개표 부정 의혹이 많아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법정 다툼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법원이 선거 결과를 확정하려면 길게는 2개월이 걸릴 수 있다. AP통신은 "이런 상황은 칼데론의 권위와 통치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며 "집권 뒤에도 의회에서 개혁안을 통과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전했다.

칼데론이 소속한 PAN은 상하원 선거에서 모두 최다 의석을 차지했지만 과반수는 확보하지 못해 '여소야대' 구도에 놓이게 됐다. 이 때문에 앞으로 정책 현안을 놓고 야당과 충돌이 잦을 것으로 예상된다. 칼데론은 5일 분열된 정국을 수습하기 위해 경쟁자 오브라도르를 각료로 발탁할 생각이 있다고 밝혔지만 오브라도르가 응할지는 미지수다.

이날 멕시코 주식시장은 칼데론 후보의 당선이 유력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급등세를 나타냈고, 채권가격도 오름세를 보였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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