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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 찍어 누른 트럼프 "北 작은 무기 발사, 난 괜찮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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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 아침 "북한 작은 무기 발사가 일부 내 참모를 불안하게 했겠지만 난 괜찮다"며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의 발언을 부인하는 트윗을 했다. 그는 이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지바현 모바라 골프 클럽에서 골프 회동을 했다.[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 아침 "북한 작은 무기 발사가 일부 내 참모를 불안하게 했겠지만 난 괜찮다"며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의 발언을 부인하는 트윗을 했다. 그는 이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지바현 모바라 골프 클럽에서 골프 회동을 했다.[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북한이 작은 무기 몇발을 발사한 게 일부 참모를 불안하게 했지만 난 괜찮다"고 말했다.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전날 "북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한 걸 하루 만에 진화한 셈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강경파 볼턴을 억제하고 있으며 북한과 협상은 직접 챙긴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줬다는 해석도 나온다.

"金, '바이든 IQ 낮은 인간', 내게 보낸 메시지" #"北 미사일, 안보리 결의 위반" 볼턴 발언 진화 #김 위원장에게 "내가 볼턴 억제하고 있다" 메시지 #국무부 "싱가포르 합의, 동시·병행적 이행 협상"

나루히토(德仁) 일왕 초청으로 일본을 국빈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침 트윗에서 북한의 지난 4일, 9일 시험 발사를 "작은 무기들(small weapons) 을 발사한 것"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그가 적폐인간(Swampman)인 조 바이든을 IQ가 낮은 사람으로 불렀을 때 미소 지었다. 아마도 이건 나한테 신호를 보내는 거지?"라며 차기 대선 경쟁자인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북한의 비난을 반박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4일 북한의 첫 발사 뒤에도 "아주 흥미로운 이 세상에선 무슨 일이든 가능하다"면서도 "김정은은 내가 그의 편임을 알고 있고, 내게 한 약속을 깨기를 원하지 않는다. 협상은 성사될 것"이라고 했다. 9일 2차 발사 직후엔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으며 아무도 기분이 좋지 않다"며 "그들은 협상할 준비가 안 됐다"고 했다가 다음날엔 "그것들은 단거리였고 나는 신뢰 위반으로 여기지 않는다"고 톤을 낮췄다. 북한과 협상이 깨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지난 24일 일본 도쿄의 아베 신조 총리 관저를 방문한 뒤 기자들에 둘러 쌓인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그는 25일 도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AP=연합뉴스]

지난 24일 일본 도쿄의 아베 신조 총리 관저를 방문한 뒤 기자들에 둘러 쌓인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그는 25일 도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AP=연합뉴스]

이번에도 볼턴의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란 강경 메시지를 진화한 것은 북한과의 외교적 협상을 계속 살리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미국이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호를 압류한 데 대해 북한이 협상 중단을 거듭 위협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주 김성 유엔대사와 한대성 제네바주재 대사가 화물선 반환을 요구하며 "어떤 결과가 생길지 심사숙고하라"고 한 데 이어 북한 외무성 대변인도 24일 "미국이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나오지 않는 이상 북미 대화는 언제 가도 재개될 수 없다"고 위협했다.

또 볼턴의 독자적인 발언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의 트윗은 자신의 국가안보보좌관을 정면으로 질책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볼턴 보좌관은 25일 트럼프 도착 몇 시간 전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와 27일 정상회담에서 안보리 결의의 완전성을 보장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와이즈 어니스트호 반환을 요구하려면 북한이 1968년 나포한 미 군함 푸에블로호 반환부터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와 관련 국무부 대변인은 중앙일보에 "대통령은 우리가 협상에 열려있다는 점을 아주 분명히 밝혀왔고, 두 정상이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제시한 목표인 북·미 관계 전환, 지속적 평화 구축 및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이 목표들을 향해 동시·병행적으로 진전을 이루기 위해 북한과 건설적 대화에 참여할 준비가 돼 있으며, 북측 상대를 협상에 계속 초청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핵무기에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전반을 한꺼번에 없애야 한다는 볼턴식 일괄타결 '빅딜'보다는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하노이 회담 전 밝혔던 비핵화와 나머지 합의들의 단계적 이행을 놓고 협상하자는 제안을 담은 듯한 답변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의 강경 입장을 부인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3월 22일 볼턴 주도로 미 재무부가 북한의 사치품 수입과 석탄 수출을 돕던 중국 해운사 두 곳을 제재하자 하루 만에 트윗으로 제재를 취소했다. 지난 9일 베네수엘라·이란 등 국제 문제에 대해 볼턴과 차이가 있다고 밝힌 적도 있다. 그는 "그가 강경한 견해를 갖고 있지만 괜찮다. 내가 사실 그를 억제하고 있다"며 "내게는 존 (볼턴) 같은 사람도 있고 보다 비둘기파인 사람들도 있다"라고 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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