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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례적이란 강릉 수소탱크 폭발 원인은 과압? 기계결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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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폭발사고 2일째인 24일 강원도 강릉시 대전동 과학단지 강릉제1벤처공장에서 200m가량 떨어진 지점에 수소탱크 폭발 사고로 산산조각 난 탱크 조각이 종이처럼 말린 채 떨어져 있다. [뉴스1]

강릉 폭발사고 2일째인 24일 강원도 강릉시 대전동 과학단지 강릉제1벤처공장에서 200m가량 떨어진 지점에 수소탱크 폭발 사고로 산산조각 난 탱크 조각이 종이처럼 말린 채 떨어져 있다. [뉴스1]

8명의 사상자를 내 강원도 강릉 수소 저장탱크 폭발사고의 원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폭발 사고는 압력에 의한 폭발과 기계결함, 운전 미숙 등 다양한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압력에 의한 폭발, 기계결함 등 #폭발 수소탱크 40바(bar) 견디도록 설계 #평소 우리가 겪는 대기압은 1바 수준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수소를 저장하는 탱크는 용기가 견딜 수 있는 압력보다 더 많은 양의 가스가 들어올 경우 압력이 높아지면 터질 수 있다”며 “과압이 발생하면 안전밸브에 의해 가스가 배출돼 자동으로 압력이 줄어드는데, 안전밸브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시택 강릉부시장 역시 사고 현장에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브리핑을 갖고 “당시 외부 충격은 없었다. 압력에 의해 수소탱크가 터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수소탱크 내에 압력이 원인 미상의 이유로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면서 폭발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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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테크노파크 강릉벤처 수소탱크 폭발사고 발생 다음날인 24일 오후 경찰,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가스안전공사 등으로 구성된 합동감식반이 사고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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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합동감식반은 당시 과압이 있었는지, 만약 과압이 있었다면 배출을 해주는 안전밸브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등을 조사 중이다. 또 수소탱크의 용기가 규정에 맞게 설계·제작됐는지, 사용자의 취급 부주의는 없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사고가 난 수소탱크의 경우 12바(bar)까지 쓸 수 있도록 설계된 탱크다. 하지만 안전률을 3.5배 정도 주는 만큼 실제 파열되려면 40바 이상의 압력이 가해져야 한다. 또 강철을 용접해 만든 탱크엔 11바 이상의 압력이 가해지면 자동으로 가스를 배출하는 안전장치가 설치돼 있었다. LP가스 용기의 경우 31바까지 쓸 수 있고 3.5배 이상의 압력이 가해지면 파열된다. 평소 우리가 겪는 대기압은 1바 수준이다.

반면 탄소섬유인 수소차 용기의 설계 압력은 최대 1500바, 수소충전소 용기는 2500바다. 탄소섬유는 철보다 강도가 10배나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탄소섬유 용기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폭발하지 않고 찢어진다. 이 밖에도 수소충전소에는 긴급차단장치, 누출감지센서, 불꽃 방지기 등 2중, 3중의 안전장치가 설치돼 있다.

산업부는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수소를 만들어 저장한 뒤 전기로 바꾸는 수전해(P2G·Power to Gas) 사업을 실시 중이다. 이번 사고가 난 강릉벤처공장 역시 산업부가 에너지기술평가원을 통해 R&D 과제를 시행한 사업이다. 2015년에 시작한 이 사업은 지난 3월 31일 과제가 완료돼 실증 작업이 한창이었다. 지난 4월부터 1000시간을 목표로 시험가동을 하고 있었다.

강원테크노파크 강릉벤처공장 수소탱크 폭발사고 발생 다음날인 24일 오전 사고 현장이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처참한 모습이다. [연합뉴스]

강원테크노파크 강릉벤처공장 수소탱크 폭발사고 발생 다음날인 24일 오전 사고 현장이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처참한 모습이다. [연합뉴스]

수전해는 태양광과 풍력으로 생산한 전기를 활용, 물분해를 통해 수소를 만들어 보관하다가 전기가 필요할 때 연료전지를 발전해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연료전지는 쉽게 말해 수소를 전기로 바꿔주는 발전기다. 수소경제용 수소 연료를 확보하려면 석유 기반의 부생 및 추출, 천연가스 개질, 수전해 분해 등 3가지 방법이 있는데 수전해가 환경적으로 가장 이상적인 생산방법이다. 이 사업엔 국비 45억원을 포함 총 62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됐다.

이와 관련 산업부 관계자는 “수전해 기술은 현재 실증을 하는 단계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실험을 하는 과정이다 보니 충전소나 수소차같이 정형화나 규격화된 안전기준이 아직 모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수소탱크가 폭발한 강원테크노파크 강릉벤처공장에는 23개 업체가 입주해 있다. 강원테크노파크는 강원도가 지역 전략산업 및 중소·벤처기업을 육성하고자 설립한 재단법인으로 춘천, 원주, 강릉, 삼척 등 4곳에 단지를 운영 중이다.

강릉=박진호·이병준 기자, 최종권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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