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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게임, 문화산업 가치에 주목하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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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김용삼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

김용삼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

얼마 전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당시 세계적인 문화유산이 훼손된 안타까움과 함께 하나의 게임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게임에 구현된 섬세한 모델링을 통해 화재 이전 성당의 건재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가상의 현실에 ‘숨’을 불어넣어 현실을 위로하는 것, 이것이 바로 게임이라는 문화콘텐트가 가진 힘이다.

게임산업은 태동 단계 때부터 사람과 소프트웨어 사이에서 최첨단 정보통신 기술들을 적극적으로 접목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 기술도 가장 빠르게 활용되는 추세다.

한국은 세계 게임 시장에서 4위다. 국내 시장 규모는 2017년 기준 13조 1423억원으로 음악·영화산업을 합한 것과 대등, 혹은 그 이상에 준한다.

무엇보다 게임 산업은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다. 게임은 시각 효과와 음악, 스토리텔링, 캐릭터, 디자인이 결합한 종합 예술로 남들과 다른 창의력이 핵심 성공 요인으로 작용한다. 스포츠게임의 경우 전직 프로선수를 채용해 세밀한 내용까지 조정하는 식이다.

타 산업군 대비 고용유발계수도 높은 수준이다. 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게임산업 고용유발계수는 13.46, 취업유발계수는 15.26으로 제조업 대비 2~2.5배 높다. 그런데도 게임산업은 여전히 부정적인 인식에 사로잡혀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8일까지 진행되는 총회를 통해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ICD-11) 내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 질병코드 등재 여부를 논의한다. 이번 결정에 따라 게임을 즐기는 행위가 정신질환으로 분류될 수 있다. ICD는 강제성은 없고 권고안의 성격으로 각 회원국에 ‘전달’된다. 다만, 전 세계 의료계 및 의학계에서 WHO의 상징과 위상을 봤을 때 그 영향력은 매우 크다.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 역시 ICD 체계를 골격으로 하고 있다.

사실 게임이 정신장애를 유발한다는 주장은 그동안 의료계나 심리학계 어디에서도 명확하게 증명된 적이 없다. 옥스퍼드대, 존스홉킨스대 등 세계적인 권위의 정신 건강 전문가, 사회 과학자들은 바로 이 부분을 지적하며 WHO에 반대하는 뜻을 나타낸 바 있다.

과학적인 근거가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코드로 올릴 경우 게임 산업에 치명적인 피해가 예상된다.

게임의 문화 산업적 가치는 우리가 이미 경험하고 익히 알고 있는 것들이다. 세계보건기구(WHO)총회의 편향되지 않은 합리적인 결론을 기대한다.

김용삼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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