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국 어찌할 것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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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9일의 개각에서 조순 부총리를 정점으로 하는 경제팀은 건설부 장관을 제외하고 모두 자리를 지켰다.
이번 인사가 현 경제팀에 대해서는 집권자의 신임의 뜻을 지니고있다고 볼 수 있고, 따라서 당사자들에게는 커다란 고무와 격려가 되었을 것이 틀림없다.
또 위기 앞에서 사람을 바꾸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취지에서 본다면 이번 경제팀의 유임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 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어려운 국면에 상치할 때, 그리고 우리경제를 이 같은 상황으로 몰아 넣은 책임의 일 단이 현 경제팀에도 없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우리는 조 부총리를 비롯한 경제 각료들이 유임된 기쁨보다는 자성을, 자신감보다는 책임감을 더 크게 느끼고 겸허한 자세를 가져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렇다고 우리 경제가 어렵게 된 책임이 전적으로 경제팀에 있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흔히 지적하듯이 위기 상황으로까지 불리는 지금의 경제난국 배경에는 민주화의 물결을 탄 각 계층의 욕구 분출과 정치·사회적 혼란, 노사 분규와 한계가 보이지 않는 임금인상 행진, 원화 절상과 고 임금에 따른 국제 경쟁력의 약화, 그리고 이 같은 상황에서 당연히 나타나게 되는 기업 투자 심리의 위축, 생산보다는 투기와 향악 사치 풍조로 쏠리는 세태 등이 복합적으로 깔려 있다.
더욱 고약한 것은 그 중 어느 한가지만으로도 경제의 흐름에 결정적 타격을 줄 수 있는 악재들이 한꺼번에 우리를 엄습해 왔다는 점이다. 문제는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경제정책의 중책을 맡은 경제팀이 사태를 올바로 진단하고 그에 맞는 적절한 처방을 내려왔느냐하는 점이다.
불행하게도 우리가 보는 바로는 그 대답은 「아니오」이다. 올바른 처방을 내리기는커녕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어두운 골 (곡) 로 몰고 가지 않았나 싶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더라도 어려운 여건이 겹칠 때는 그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얽힌 매듭을 하나하나 풀어 주는 게 순리이고 정책 당국자가 할 일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한 일은 노사분규와 임금상승으로 기업의 자금사정이 극도로 어려운 때 긴축을 강화함으로써 튼튼하다던 대기업에서조차 부도얘기가 나오게 만들고, 사태가 악화되자 이번에는 몇몇 기업에 대해서만 긴급대란 명목으로 특혜성 자금지원을 함으로써 불평과 불신을 자초했다.
원화 절상이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스스로 강조하면서도 일본이나 서독 등 우리보다 국제수지 흑자가 훨신 큰 나라들이 자국통화를 평가절하하고 있는 시점에서 원화 절상을 계속해 왔다. 이처럼 시기와 여건을 도외시한 정책집행이 한 둘에 그치기 않는다.
정부의 경제정책은 막힌 데를 뚫고 모자라는 곳을 메워 민간경제가 원활히 돌아가도록 해주는데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는 것은 두말 할 여지가 없다. 이 같은 관점에서 현 경제팀의 지난 반년간 행적을 더듬어 본다면 잘한 일 보다는 비판 받을 일이 더 많지 않았나 하는게 우리의 솔직한 느낌이다.
개편된 내각이 출범하는 마당에 이 같은 고언을 하는 것은 도리가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최근의 한은 보고에서도 지적되었듯이 앞으로 우리 경제는 이제까지 보다는 더욱.어려움을 겪게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같은 어려운 시점에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 주기를 유임된 경제팀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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