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조롱·비난하는 표현이 나오는 동시집을 발간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조선일보가 15일 보도했다. 이 책에는 미국과 한국을 각각 ‘승냥이’, ‘삽살개’로 비유한 부분도 나온다.
강동완 동아대 교수가 입수해 공개한 북한 도서 『축포성』은 약 190쪽 분량으로, 어린이·청소년용 시 130여편이 담겨 있다. 책 표지엔 ‘해님을 우러러 부르는 노래’라는 부제 등이 적혀 있다. 통일부 북한자료센터도 확보해 보관 중인 이 책은 특수도서로 분류돼 일반엔 공개되지 않는다.
이 책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핵폭탄의 위력을 과시하며 “미국땅을 날려 버리겠다”는 표현이 들어간 시들이 많이 발견된다고 조선일보는 전했다. ‘어제는 대륙간탄도로케트/저 하늘에 씽 날아오르고/오늘은 수소탄 꽝 꽈르릉’, ‘아무리 제재와 압박을 해도/(미국놈들) 불벼락에 몽땅 타죽고 말걸’(‘내 나라 제일 쎄다야’) 등과 같은 식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지난해 세 차례 정상회담을 가진 문 대통령을 조롱하는 정황도 이 책에서 확인됐다. ‘미국산 삽살개’라는 시에는 ‘우리 집의 삽살개/하루종일 졸졸 나(북)만 따른다지만/이상도 하지/제 죽을 줄 모르고/승냥이(미국)만 따르네’, ‘꽈릉꽈릉 불벼락에/승냥이놈 즉살되면/청와대의 삽살개/불고기가 될걸 뭐’라는 표현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을 원색 비난하는 시들도 있다. ‘짖어대는 트럼프야/미친개에겐 몽둥이찜질/명약이란다/수소탄 맛 한번/먹어보겠니’(‘트럼프의 개나발’), ‘늙다리 트럼프야/우린 빈말 모른다/겁에 질린 개처럼 너는 자꾸 짖어대도…’(‘복수의 강타’)라는 내용이다.
강 교수는 이 매체에 “남북·북미 관계가 가장 좋았다는 지난해 이런 책이 나왔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며 “겉으론 상냥한 미소를 짓는 북한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우리가 김 위원장의 위선에 속고 있는 건 아닌지 곱씹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책 내용은 김 위원장의 의중과 노동당의 정책 방향을 반영한다”고 전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