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검찰은 경찰을, 경찰은 검찰을···서로 '전직 수장' 겨눈 검·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강신명(사진 가운데), 이철성 전 경찰청장(사진 오른쪽)이 15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최정동 기자

강신명(사진 가운데), 이철성 전 경찰청장(사진 오른쪽)이 15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최정동 기자

검찰과 경찰이 수사권 조정을 놓고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각각 서로의 ‘전직 수장’을 겨누는 미묘한 상황이 벌어졌다.

검찰은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 정보 경찰을 활용해 ‘친박’ 맞춤형 선거 정보를 수집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으로 강신명·이철성 전 경찰청장 등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반면 경찰은 민원인이 제출한 고소장을 위조한 검사의 불법행위를 알고도 징계하지 않은 혐의(직무유기)로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강 전 청장 등은 15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해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강 전 청장은 ‘불법 선거개입 혐의를 인정하느냐’ 등 취재진의 질문에 굳은 표정으로 “경찰과 제 입장에 대해 소상하게 소명할 것”이라고 짧게 답했다. 구속 여부는 이날 밤늦게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나날 29일 서울 국회 문화체육관광부 회의장에서 열린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회의에서 이상민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며 공수처 검경 수사권 조정안 패트스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통과시키고 있다. [중앙포토]

지나날 29일 서울 국회 문화체육관광부 회의장에서 열린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회의에서 이상민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며 공수처 검경 수사권 조정안 패트스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통과시키고 있다. [중앙포토]

'경찰 비대화' 우려 속 검찰의 경찰정보 분야 수사 

검찰에 따르면 강 전 청장 등은 지난 20대 총선(2016년)을 앞두고 경찰 정보라인을 이용, 친 박근혜계 후보를 위한 맞춤형 선거 정보를 수집하고 선거 대책을 수립하는 등 공무원 선거관여 금지 규정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강 전 청장 등은 2012년 5월부터 2016년 9월까지 경찰청 정보국장으로 각각 재직할 당시 대통령‧여당에 반대 입장을 보이는 진보성향 교육감 등을 사찰하면서 견제 방안을 마련하는 등 공무원 정치 중립 의무를 위반하고 정보활동을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이 칼을 들이댄 부분은 공교롭게도 현재 수사권 조정의 핵심 사안과 맞닿아있다. 검찰은 현재의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대로 처리될 경우 경찰 권한의 비대화를 우려하고 있다. 그러면서 일각에서 정보 경찰의 분리 요구가 나오는데 강 전 청장 등이 연루된 범죄가 바로 정보 경찰 관련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 10일 강 전 청장 등에 대한 영장청구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공무원의 조직적 선거개입은 민주사회에서 절대 용납될 수 없는 중대 범죄”라며 “장기간 국가에 헌신한 대상자들에 대해 부득이 구속영장을 청구하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사권 조정 문제와는 무관하다며 선을 그은 것인데 경찰 조직 안팎에서는 여론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검찰의 ‘경찰 망신주기’라는 비난이 나왔다.

지난 2017년 퇴임 당시의 김수남 검찰총장. [중앙포토]

지난 2017년 퇴임 당시의 김수남 검찰총장. [중앙포토]

경찰은 전직 검찰총장 입건해 수사

이에 맞서 경찰은 김 전 총장 등을 겨누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김 전 총장을 비롯해 김주현 전 대검차장, 황철규 부산고검장, 조기룡 청주지검 차장 등 4명을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이날 밝혔다. 김 전 총장 등은 지난 2016년 당시 부산지검 소속 A검사가 민원인이 제출한 고소장을 위조한 사실을 알고도 부실하게 처리한 혐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A 전 검사는 지난해 10월에서야 공문서위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고 한다.

김 전 총장 수사는 청주지검 충주지청 임은정 부장검사의 고발로 시작됐다. 임 부장검사는 지난달 19일 A 전 검사의 징계 부실처리 등이 담긴 고발장을 서울지방경찰청에 제출했고, 서울청은 사건을 지능범죄수사대에 배당해 수사에 착수했다. 지수대는 현재 고발인인 임 부장검사와 조사 일정을 협의 중이다. 고발인 조사를 마치는 대로 김 전 총장 등을 직접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김 전 총장 수사 소식을 보도한 기사에는 “검경 진검 승부하겠네” “검찰 비리는 경찰이 잡고, 경찰 비리는 검찰이 잡으면 된다”는 댓글도 달렸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