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고령운전자 300만명 시대… 안전교육 강화에도 사고 증가세

중앙일보

입력

부처님 오신 날인 12일 낮 12시 50분쯤 경남 양산 통도사 입구에서도 김모(75)씨가 몰던 차량이 갑자기 인파를 덮쳐 1명이 숨지고 12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은 김씨가 운전미숙으로 갑자기 출발하면서 사람을 덮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부처님 오신 날인 12일 낮 경남 양산시 통도사로 진입하는 입구쪽에서70대 운전자가 몰던 체어맨 승용차가 인파를 덮여 1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 [뉴스1]

부처님 오신 날인 12일 낮 경남 양산시 통도사로 진입하는 입구쪽에서70대 운전자가 몰던 체어맨 승용차가 인파를 덮여 1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 [뉴스1]

통도사 사고처럼 고령 운전자로 인한 교통사고가 잇따르면서 안전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면허증을 반납하면 교통비를 지급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사고가 줄어들지 않고 있어서다.

정부, 75세 이상 고령운전자 교통안전교육 의무화 #인지·반응능력 떨어져 운전중 돌발생황 대처 취약 #자치단체, 사고 예방 위해 '운전면허 반납제' 도입

지난 2월 13일 서울 강남의 한 호텔 주차장에서 A씨(96)가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을 주차하려다 건물 벽과 주차된 차량을 들이받았다. 그는 사고 후에도 멈추지 못하고 지나가던 여성까지 충돌해 숨지게 했다. A씨는 지난해 고령 운전자 적성검사를 이수했지만 결국 운전미숙으로 인명사고를 냈다.

지난달 일본에서는 87세 고령 운전자가 몰던 차량에 치여 아내와 딸을 모두 잃은 남성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일본 국민을 안타깝게 만들기도 했다. 영결식을 마친 남성은 “가장 사랑하는 아내와 딸을 갑자기 잃어 절망하고 있다”며 “억울함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지난달 19일 일본 도쿄 이케부쿠로(池袋)에서 87세 고령자가 몰던 승용차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행인들을 치어 10명의 사상자가 난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경찰이 사고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9일 일본 도쿄 이케부쿠로(池袋)에서 87세 고령자가 몰던 승용차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행인들을 치어 10명의 사상자가 난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경찰이 사고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청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김민기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는 298만6676명으로 전체 운전면허 소지자의 9%를 차지했다. 2010년 100만명을 넘은 데 이어 8년 만에 300만명 시대에 진입했다. 경찰은 2028년에는 고령 운전자가 전체의 22%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나이가 들면 인지·반응 능력 등 신체기능이 떨어져 운전 중 돌발상황에 취약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통연구원이 발표한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감소방안’에 따르면 정지해 있는 물체를 파악하는 능력인 ‘정지 시력’은 40세부터 저하하기 시작해 60대에는 30대의 80% 수준까지 떨어진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65세 이상 운전자가 가해자인 교통사고는 2013년 1만7590건에서 매년 10% 내외로 증가하고 있다. 2017년에는 2만6713건이 발생했다. 최근 10년간 60세 이하 운전자의 교통사고 건수는 12%가량 줄었지만 61세 이상에서는 244%가 증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 65세 이상 운전면허 소지자 수는 300만명까지 증가했다. [자료 경찰청]

지난해 말 기준 65세 이상 운전면허 소지자 수는 300만명까지 증가했다. [자료 경찰청]

정부는 고령 운전자의 사고를 줄이기 위해 올 1월부터 75세 이상 운전자는 ‘고령 운전자 교통안전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하도록 했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운전면허 취득과 갱신이 불가능하다. 면허갱신과 적성검사 주기도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했다.

서울과 부산·대전 등 자치단체들도 사고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고령 운전자가 운전면허를 반납하면 교통비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대전시의회는 지난달 10일 ‘교통문화운동 조례 개정안’을 가결하고 9월부터 65세 이상 운전자가 면허를 반납하면 교통비로 10만원을 1차례 지급하기로 했다.

부산시는 지난해 전국 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관련 사업을 도입했다. 신청 인원이 예상보다 많아 교통비 지급이 미뤄지기도 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10배나 많은 4억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서울시는 70세 이상 운전자가 면허를 반납하면 10만원이 충전된 교통카드를 지급할 방침이다. 우선 1000명을 우선 선발하고 10월 중 선정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경남 창원시의 한 도로에서 80대 운전자가 몰던 승용차가 운전 미숙으로 병원 현광을 들이받은 뒤 멈춰서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경남 창원시의 한 도로에서 80대 운전자가 몰던 승용차가 운전 미숙으로 병원 현광을 들이받은 뒤 멈춰서 있다. [연합뉴스]

대전=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