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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팔이 경제학자’를 믿지 마세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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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주정완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주정완 금융팀장

주정완 금융팀장

“외팔이 경제학자를 데려와라.” 미국의 해리 트루먼 대통령(재임 1945~1953년)이 남긴 유명한 말이다. 영어식 표현으로 ‘한편으로(on the one hand)’ ‘다른 한편으로(on the other hand)’라고 하면서 경제정책의 장점과 단점을 함께 지적하는 경제학자들이 못마땅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2주년 대담을 보면 ‘외팔이 경제학자’를 편애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경제를 바라보는 문 대통령의 시각이 한쪽으로 쏠려 있어서다. 청년실업률에 대한 언급이 대표적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 3월 청년들의 고용률이 아주 높아졌고 청년들의 실업률도 아주 낮아졌다”고 말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통계청 발표를 보면 문 대통령의 발언은 ‘절반의 진실’만 담고 있다. 한편으로 지난 3월 청년층(15~29세)의 고용률과 실업률이 호전된 것은 사실이다. 고용률(42.9%)은 1년 전보다 0.9%포인트 높아졌고 실업률(10.8%)은 0.8%포인트 낮아졌다. 다른 한편으로 청년층의 확장실업률(체감 실업률)이 악화한 것도 사실이다. 지난 3월 25.1%로 1년 전보다 1.1%포인트 높아졌다. 문 대통령의 취임(2017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청년들이 피부로 느끼는 확장실업률은 공식 실업률 못지않게 중요한 의미가 있다. 확장실업률은 취업 의사는 있지만 구직활동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거나, 일을 더 하고 싶어도 근로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던 사람들을 포함하는 통계 지표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가 홈페이지에 올린 ‘대한민국 일자리 상황판’에서도 청년 확장실업률을 중요 지표로 다루고 있다.

수출 등 다른 경제 지표에 대한 인식도 비슷했다. 문 대통령은 “저성장의 원인이었던 수출부진, 투자 부진이 서서히 회복되고 좋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역시 한편으로는 맞고 다른 한편으로는 틀리다. 월간 수출 감소폭(전년 동월 대비)이 지난 3월 이후 2개월째 축소된 것은 맞다. 하지만 월간 수출액은 지난해 12월 이후 5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경제에는 외팔이가 있을 수 없다는 게 정설이다. 만일 ‘한편(one hand)’만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경제학을 제대로 모르는 얼치기거나 의도적으로 현실을 왜곡하는 사람이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는 말과도 통한다. 경제에는 동전의 앞면과 뒷면처럼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이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보고 싶은 것만 봐선 문제를 풀기 어려울 뿐 아니라 오히려 문제를 더 꼬이게 한다.

주정완 금융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