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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값 2년4개월래 최저…달러예금 3억달러 뭉칫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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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달러 대비 원화가치가 최근 빠르게 하락함에 따라 달러화의 인기가 상승하고 있다. 달러화 예금이 늘고 달러 보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환율이 단기 급등한 만큼 당장 달러를 사들이기보다는 향후 하향 안정화되면 분할 매수하라고 조언했다.

달러보험, 달러 투자상품도 인기 #“환율 변동성 커져 투자 유의해야”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은행의 달러화 정기예금은 이달 8일 현재 129억5500만 달러로 전월 말보다 9300만 달러 증가했다. 4월에 전월 대비로 2억700만 달러 늘어난 데 이어 이달 들어 열흘도 안 된 사이 1억 달러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최근 한달여 사이 원화는 주요 신흥국 가운데 정국 불안에 휩싸인 터키 리라화와 아르헨티나 페소화에 이어 세 번째로 큰 낙폭으로 하락했다. 지난달 1일부터 이달 8일까지 한 달 남짓 기간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2.9% 하락했다. 경제 규모가 큰 주요 신흥국 10개 통화 가운데 같은 기간 화폐가치 하락이 원화보다 컸던 통화는 터키 리라화(-9.0%)와 아르헨티나 페소화(-3.7%) 정도였다. 원화가치는 올 3월부터 떨어지기 시작해 4월 중순 이후 하락폭이 커졌다. 달러 대비 원화가치는 지난 10일 장중 1182.9원까지 하락했다. 장중 기준으로 2017년 1월 17일(달러당 1187.3원) 이후 최저치다. 이는 최근 2년 4개월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정기예금뿐 아니라 미 달러 환율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달러 주가연계증권(ELS) 등 달러 투자상품도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보험시장에서는 달러로 운용되는 ‘달러보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달러보험은 달러나 달러를 환산한 원화로 납입한 뒤, 나중에 보험금을 탈 때도 달러 또는 원화로 받는 상품을 말한다.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달러로 보험금을 받을 수 있어 달러 가치 상승에 따른 환차익을 기대하는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현재 달러보험을 판매하는 곳은 AIA생명, 메트라이프생명, 푸르덴셜생명 등 외국계 생명보험사들이다. 국내 보험사에 비해 환 헤지나 운용 등에 강점을 가진 곳들이다. 가장 최근에는 메트라이프생명이 외화 통장이나 달러가 없어도 원화로 가입 가능한 ‘원화내고달러모아 저축보험’을 출시했다.

다만 달러보험은 기본적으로 장기투자 상품인 만큼 주의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단기 급등하면서 변동성이 커진 만큼 달러화 상품 투자에 유의하라고 조언했다. 최근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이 무위로 끝나면서 추가 상승 여지가 있지만 어느 선까지 오를 것인지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고재필 하나은행 클럽1 PB센터 PB부장은 “미·중 무역협상 결렬로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위험자산 회피 성향이 좀 더 강해질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단기적으로 고점에 오른 측면도 있어 달러를 안 가진 분이 달러를 사고 싶다고 하면 좀 기다리고, 달러를 저점에서 보유한 분들은 자산배분의 비중이 흐트러지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일부 원화로 환전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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