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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매체 구출된 한국인 "장 모씨"로 공개…조기 귀국 희망

중앙일보

입력

서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서 무장세력에게 납치된 뒤 프랑스군에 의해 구출된 한국인 여성이 프랑스 파리에 도착하고 있다. 구조 과정에서 프랑스 군인 2명이 숨졌다. [AP=연합뉴스]

서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서 무장세력에게 납치된 뒤 프랑스군에 의해 구출된 한국인 여성이 프랑스 파리에 도착하고 있다. 구조 과정에서 프랑스 군인 2명이 숨졌다. [AP=연합뉴스]

서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서 28일간 억류된 뒤 프랑스군에게 구출된 40대 한국인 여성은 건강 상태가 양호하며 파리에서 건강 검진을 받고 있다고 외교부가 12일 밝혔다. 르몽드 등 프랑스 언론은 이 여성의 이름을 장 모씨라고 밝히면서 사진도 공개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프랑스 군 병원 측은 11일(현지시간) 기본 건강 검진 결과 특별한 이상은 없다고 진단했다”며 “심리 치료 등을 하고 경과를 지켜본 뒤 퇴원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 여성은 한국의 가족과도 통화를 했으며 건강 검진 절차를 마치면 되도록 조속히 귀국할 예정이다. 본인도 조기 귀국을 희망한다고 한다. 이르면 13~14일 귀국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가족들은 지난달부터 그와 연락이 닿지 않았으나 실종 신고 등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한국인 여성은 무장단체 ‘카티바 마시나’에게 지난 4월 중순께 인질로 붙잡힌 것으로 보인다. 미국인 여성 1명과 프랑스인 2명도 이 단체에 피랍됐다. 프랑스인 인질 2명은 지난 1일 부르키나파소와 맞닿은 베냉 공화국의 펜드자리 국립공원에서 실종됐다. 한국인 여성 등의 상세한 피랍 과정은 당국이 아직 파악 중이다.

부르키나파소 여행경보 발령 상황. [외교부 제공=연합뉴스]

부르키나파소 여행경보 발령 상황. [외교부 제공=연합뉴스]

한국인 여성의 피랍 경위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12일 “부르키나파소에서 남쪽에 있는 베냉으로 이동하던 중 체크포인트(검문소)에서 미국인 여성과 함께 납치된 것으로 보인다는 게 프랑스 측의 설명”이라고 전했다. 부르키나파소는 한국 정부가 지정한 여행경보 단계에서 ‘여행 자제’(황색경보) 지역에 해당한다. 부르키나파소는 1896년 프랑스의 식민지가 됐다가 1960년에 독립한 뒤 7차례에 달하는 쿠데타 등으로 정세가 혼란스럽다. 부르키나파소는 현지어로 '정직한 사람들의 나라'라는 뜻이다.

미 중앙정보국(CIA)의 ‘월드 팩트북’은 부르키나파소에 대해 “2016~2018년 테러리스트 집단의 공격을 받았으며 현재도 테러 위협을 받고 있다”며 “물과 식량의 만성적 부족 등으로 인해 주민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고 소개하고 있다. 한국인 여성은 부르키나파소를 거쳐 베냉으로 이동해 펜드자리 국립공원을 방문하려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 공원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서아프리카의 유명 관광지다.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서 한국인 등 4명의 인질을 구출하다 무장세력의 공격으로 전사한 세드리크 드 피에르퐁 상사(왼쪽)와 알랭 베르통셀로 상사의 생전 모습. [EPA=연합뉴스]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서 한국인 등 4명의 인질을 구출하다 무장세력의 공격으로 전사한 세드리크 드 피에르퐁 상사(왼쪽)와 알랭 베르통셀로 상사의 생전 모습. [EPA=연합뉴스]

외교부는 부르키나파소에 대해 2015년까지는 전역을 ‘철수 권고’(적색경보) 지역으로 지정했으나 같은 해 6월 정세가 일정 부분 안정되면서 북부 4개 주만 적색경보를 유지했다. 이외 지역은 ‘여행 자제’(황색경보)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인 여성이 여행했던 곳은 여행 자제 지역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12일 익명을 전제로 “최근 특수 지역 여행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아프리카가 주목받고 있다”며 “모로코ㆍ케냐 등 사하라 사막 이북이나 남아프리카공화국과 같은 잘 알려진 곳이 아닌 오지에 가려는 수요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자국 특수부대원 2명을 잃은 프랑스에선 여행자 책임론이 들끓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부르키나파소와 베냉 접경 지역을 가장 수위가 높은 ‘여행 금지’ 지역으로 지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여행객 2명이 이 지역을 방문한 것과 관련, 프랑스 장이브 르드리앙 외무장관은 11일(현지시간) ”왜 그런 위험한 곳에 갔는지를 설명해야 할 것“이라며 ”정부의 여행 관련 권고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외교부는 12일 현재 부르키나파소에 대해 여행 경보를 상향 조정하는 조치는 아직 취하지 않았다. 외교부 당국자는 ”상향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만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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