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 중에 이불 덮고 드러누운 신도, 벌금 300만원 확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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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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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26일 새벽 5시, 안산의 한 교회 예배당 1층에서는 고성이 오고갔다. 강단 위 강대상에 이불을 덮고 누운 서모씨 때문이다. 강대상은 목사가 성경책을 놓고 설교하는 용도로 쓰이는 단상이다. 당시 예배를 시작할 참이던 A목사와 신도들은 당혹감을 금치 못했다.

서씨의 기이한 행동은 A목사를 둘러싼 교회 내부의 파벌 싸움에서 비롯됐다. 기독교 내에는 여러 교단이 존재하는데,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교단 소속이었던 A목사는 2015년 교단에서 탈퇴하면서 목사직을 잃었다. 그는 2년간의 소송을 통해 목사직을 되찾았지만 서씨를 비롯한 일부 신도들은 그를 인정하지 않았다. 서씨의 ‘이불 소동’은 A목사가 복귀한 뒤 가진 첫 예배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서씨의 행동은 법적으로 죄가 될까. 법원은 그렇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서씨의 행위가 ‘예배방해죄’에 해당한다며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9일 밝혔다.

형법 제158조는 ‘예배방해죄’를 규정하고 있다. 예배중이거나 예배 준비단계를 방해해 종교생활의 평온과 종교감정을 침해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특정 종교에 관계없이 장례식, 제사, 설교 방해 행위 모두 처벌의 대상이 된다.

법정에서 서씨는 “자격 없는 A목사가 교회에 불법적으로 침입해 예배를 가장한 것 뿐이므로 예배를 방해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는 기도를 하다가 잠이 든 것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했다.

1심은 서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자격에 대한 시비가 있는 목사가 예배를 하는 경우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형법상 보호를 받을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씨가 예배 진행의 핵심인 강대상 위에 굳이 누운 점과, 목사와 교인들이 비켜달라는 요구도 거부한 점을 고려했다.

2심도 서씨의 행동이 예배방해죄에 해당된다고 보았지만 “신념을 좇은 결과”인 점을 고려해 벌금을 300만원으로 감액했다. 대법원도 서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이를 확정했다.

예배 뿐 아니라 제사를 방해하는 행위도 마찬가지로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지난 2011년에는 사육신공원에서 치러진 제사가 못마땅하다며 제사상을 엎은 사람에게 벌금 50만원이 선고됐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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