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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하늘에 '드론 날벼락'…드론 인구 늘면서 사고도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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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1일 경남 진주 남강에서 열린 2018 진주유등축제 개막식에서 드론아트쇼를 벌이던 일부 드론이 방향을 잃은 채 아래로 추락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1일 경남 진주 남강에서 열린 2018 진주유등축제 개막식에서 드론아트쇼를 벌이던 일부 드론이 방향을 잃은 채 아래로 추락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일 경북 칠곡군 칠곡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칠곡군 어린이 행복 큰잔치’를 찾은 조모(37·여)씨. 한창 행사장을 둘러보던 중 느닷없이 공중에서 드론 한 대가 떨어져 조씨의 얼굴을 강타했다. 이 사고로 조씨는 코뼈가 부러져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다.

어린이날 행사 중 추락한 드론에 맞아 30대 코뼈 골절 #드론 인구 늘면서 사고도 급증…국내외 사고사례 빈발 #정확한 사고 통계 없어…"안전수칙·심사 강화" 목소리

이 드론은 한 업체가 영상 촬영을 위해 띄운 것이다. 행사 개막 폭죽이 터지고 그 안에서 나온 종이가 드론 날개에 빨려 들어가면서 추락했다. 칠곡군 관계자는 “행사 주관사가 보험에 가입했다. 피해자와 피해 보상 합의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문제는 이번 드론 비행이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지만,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았단 점이다. 항공안전법에 따르면 ‘인구가 밀집된 지역이나 사람이 많이 모인 장소 상공에서 인명 또는 재산에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방법으로 비행하는 행위’는 금지돼 있다.

지난달 2일 대전에서 열린 ‘독립의 횃불, 전국릴레이’ 행사에서도 드론이 추락해 3명이 다쳤다. 이 사고로 정성욱 대전상의 회장 등이 부상을 입었다. 주최 측은 드론에 단 태극기가 날개에 걸리면서 떨어진 것으로 추정했다. 2017년 5월 5일에도 경북 봉화군에서 열린 ‘한국 과자 축제’ 행사장에서 드론이 추락해 4명이 다쳤다. 지난해 10월엔 경남 진주시 남강 일원에서 열린 ‘남강 유등축제' 개막식에서 야간 드론 아트쇼를 펼치던 드론 30대 중 10여 대가 남강과 촉석루 지붕 등으로 추락하기도 했다.

해외도 예외가 아니다. 2015년 5월 한 가수가 멕시코에서 열린 콘서트 도중 드론에 손을 베이는 사고를 당했다. 같은 해 6월 미국에서 2세 유아가 드론 프로펠러에 눈을 다치는 사고도 있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드론 사고가 늘고 있지만 정확한 드론 사고 통계는 없다. 사망이나 중상을 일으킨 사고가 나면 신고하도록 돼 있지만, 나머진 신고 없이 개인 간 합의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 국토교통부 산하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의 통계에 제대로 잡히지 않는다. 익명을 원한 조사위원회 관계자는 8일 "드론 사고는 신고를 하지 않으면 파악이 되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사례만 따지면 2015년 1월부터 2017년 5월까지 드론(장난감헬기 포함) 관련 피해는 총 40건으로, 2015년 11건, 2016년 17건 등 증가 추세다. 피해 원인별로는 다른 드론과의 충돌이 23건으로 가장 많았고 배터리 폭발·발화가 9건, 드론 추락·오작동이 8건으로 집계됐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드론 인구는 빠르게 늘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국내 등록된 드론 대수는 2016년 2172대에서 지난해 7177대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드론 사용 업체 수도 1030곳에서 2195곳으로, 조종 자격증 취득자도 1326명에서 1만5671명으로 늘었다.

전 세계 드론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본래 군사용으로 개발된 드론이 스마트폰의 등장과 무선통신, 배터리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다양한 분야로 활용도가 넓어지면서다. 국토부에 따르면 세계 드론시장은 연 29%씩 성장해 2026년엔 820억 달러(약 95조8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 3월 28일 강원 철원군 천황지 체육시설에서 드론산업 전문인력을 양성을 위한 드론자격증반 운영 개강식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월 28일 강원 철원군 천황지 체육시설에서 드론산업 전문인력을 양성을 위한 드론자격증반 운영 개강식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드론 사고 위험도 커지면서 드론 운용 안전수칙 교육을 강화하고 보험 가입 의무화 대상이나 드론 자격 심사 기준을 확대·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김선이 한국항공대학교 교수는 자신의 논문에서 ‘현행법에선 사업용 드론에 한해서만 제3자 배상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있기 때문에 민간 드론 사용에 관한 보험으로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진정회 엑스드론 대표는 “레저·농업 등 다양한 영역에서 드론을 사용하는 만큼  규제 강화보다는 활용도를 높이는 쪽으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첨단항공과 관계자는 "완구·레저용 드론에 대한 규제는 최소화하되 중량 25㎏ 이상이나 고속 비행 드론에 대해선 안전성을 높이는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무게 기준으로 나눠진 드론 분류를 세분화하고 관계 법령도 개정한다는 방침이다.

방효충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드론을 정기적으로 검사받게 하고 한 번 자격증을 따고도 계속 교육을 받도록 하는 등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자격증이 필요 없는 개인용 드론(12㎏ 이하)의 사고 위험을 줄이기 위해 쉽게 교육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대구=김정석·백경서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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