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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암 시어머니 끝까지 지켜···33년 동고동락한 며느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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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국민훈장 목련장(효행부문)을 수상하는 박영순씨. [사진 증평군]

8일 국민훈장 목련장(효행부문)을 수상하는 박영순씨. [사진 증평군]

“정성을 다하면 하늘이 도울 거라 생각했어요.”
충북 증평군에 사는 박영순(67)씨는 올해 91세인 시어머니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위암 말기 판정을 받은 시어머니를 5년간 극진히 보살펴 완치시키는 데 도움을 줬다. 2014년 췌장암으로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을 대신해 아들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최근 쇠약해진 시어머니를 편안하게 모시기 위해 요양보호사 자격증도 준비 중이다.

충북 증평 박영순씨 어버이날 국민훈장 목련장 #위암 4기 시어머니 병수발…식이요법 5년 완치 #시어머니와 동고동락 40년 노인복지 공부도 #"더 잘 모시겠다" 요양보호사 자격증도 준비 중

증평군에 따르면 박씨는 8일 보건복지부가 주관하는 어버이날 효사랑 큰잔치에서 효행 부문 국민훈장 목련장을 수상한다. 1978년 남편과 결혼한 박씨는 이때부터 줄곧 시부모와 함께 살았다. 그러다 86년 시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1년 만에 위암 4기 판정을 받은 시어머니를 보살펴 왔다. 시어머니와는 40여 년을 동고동락했다.

박씨는 “당시 병원에서 수술한다고 해도 완치를 장담 못 할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으셨다”며 “젊어서 고생하시고, 겨우 먹고살 만해지니 병을 얻으신 시어머니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10년 넘게 남편과 운영하던 의류매장을 처분한 박씨는 이후 병 수발에 매달렸다. 생계는 직장에 취직한 남편의 월급으로 꾸려나갔다.

박씨는 “어머님께서 위와 식도를 절제한 상황이라 식사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태였다”며 “음식을 씹어서 삼키는 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 이유식처럼 음식을 잘게 갈아서 하루 6~7번씩 어머님께 드렸다”고 했다. 병간호는 쉽지 않았다. 3시간에 한 번씩 시어머니 음식을 준비하고, 손발을 주무르고 나면 하루가 훌쩍 지났다고 한다. 빨래는 퇴근한 남편에게 맡겼다.

박씨는 “항암 주사를 맞고 나면 고열에 몸살 기운이 있어서 자는 시간을 줄여 온몸을 닦아드렸다”며 “수술 후 6개월 뒤에 걸을 수 있게 되면서 성당과 집을 오가며 하루에 1만보씩 운동을 시켜드렸다”고 말했다. 박씨가 쏟은 정성 덕분에 시어머니는 서서히 기력을 회복해 수술 5년 만에 위암 완치 판정을 받았다.

8일 국민훈장 목련장(효행부문)을 수상하는 박영순씨. [사진 박영순]

8일 국민훈장 목련장(효행부문)을 수상하는 박영순씨. [사진 박영순]

오랜 간병을 하며 노인복지에 관심을 갖게 된 박씨는 1998년 건국대 사회복지학과 대학원에 입학해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2001년에는 상담사 1급과 미술 상담사 자격증까지 땄다. 박씨는 “어머님을 보면서 언젠가는 나도 노인이 될 것이고, 좀 더 나은 노후를 보내기 위해서는 관련 정책 등을 연구하기 위해 뒤늦게 공부를 하게 됐다”고 했다.

박씨는 2002년부터 6년 동안 증평에서 청소년 상담 자원봉사 활동을 한 뒤 2008년 증평군 노인복지관 초대 관장을 맡았다. 관장을 하면서 어르신 돌보미 사업, 독거 어르신 반찬 배달 사업을 펼치고 어르신 인지 능력 개발 프로그램과 취미 활동반,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했다.

박씨는 “할아버지와 손자들이 1박 2일 동안 청소년 수련관에 머물면서 영화를 보고 게임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효경 사상을 심어주는 프로그램이 가장 기억이 난다”며 “어르신들의 잠재능력을 개발해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강연과 영화 관람이나 미술 감상 같은 놀이문화의 다양성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2014년 남편이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뒤 박씨는 홀로 시어머니를 모시고 있다. 지난 1월 교통사고를 당한 이후 앉아서만 생활하는 시어머니를 잘 보살피기 위해 최근 요양보호사 자격증 과정에 등록했다. 박씨는 “요즘 요양원이 많이 들어섰지만, 건강한 노후를 위해서는 가족과 함께 있는 것이 중요하다”며 “어머님을 모시면서 재가복지와 관련한 일도 공부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증평=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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