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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광고에 자녀가 캐스팅 됐어요"…가짜 캐스팅으로 5억원 챙긴 일당 검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6일 서울 방배경찰서는 영화나 드라마, 광고 등에 출연시켜주겠다고 아역배우 지망생 부모를 속여 5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회사 대표 A씨와 직원 B씨를 검거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매니지먼트 회사 사무실 내부. [서울 방배경찰서]

6일 서울 방배경찰서는 영화나 드라마, 광고 등에 출연시켜주겠다고 아역배우 지망생 부모를 속여 5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회사 대표 A씨와 직원 B씨를 검거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매니지먼트 회사 사무실 내부. [서울 방배경찰서]

영화나 드라마, 광고모델로 자녀를 출연시켜 주겠다며 아역배우 지망생 부모를 속여 5억여원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방배경찰서는 6일 자신들의 회사가 아역배우 전문 기획사라고 홍보한 뒤 "자녀를 영화, 드라마, 광고모델로 출연하게 해주겠다"고 접근해 돈을 가로챈 매니지먼트사 대표 A(48)씨와 직원 B(48)씨를 검거했다고 밝혔다. 둘은 이혼한 전 부부 사이로 A씨가 회사의 실질적 총괄 업무를, B씨는 행정업무를 담당했다. 경찰은 이들에게 사기 혐의를 적용해 A씨와 B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들은 아역배우 지망생 부모의 나이, 연령, 전화번호 등이 담긴 자료를 구한 뒤 "우리 회사에서 진행하는 광고·드라마 등에 자녀가 캐스팅됐으니 오디션을 보러오라"는 전화를 걸어 피해자들을 끌어들였다고 한다. 이후 오디션을 보러 온 부모에게 가전속 계약 및 매니지먼트사 등록비 300만원, 연기·노래·댄스 등의 1년치 교육비 2400만원 등을 요구하거나 오디션 프로필 사진 촬영비 및 연예 매니징(Managing) 비용을 달라고 해 돈을 받아냈다.

A씨와 B씨가 설립한 회사에서 요구한 교육비 내용이 담긴 계약서 일부. [서울 방배경찰서 제공]

A씨와 B씨가 설립한 회사에서 요구한 교육비 내용이 담긴 계약서 일부. [서울 방배경찰서 제공]

이 방식으로 A씨와 B씨는 2016년 10월부터 2018년 6월까지 15명의 피해자로부터 약 5억원을 뜯어냈다고 한다. 경찰은 피해 아동 대부분이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으로 1인당 피해액이 최소 300만원에서 최대 7000만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부모의 기대와 달리 이들이 운영하는 매니지먼트사에서 성사된 광고나 영화 출연은 없었고 드라마 역시 약속했던 역할이 아닌 단역 수준이었다. 경찰은 A씨와 B씨가 “출연시켜주려 노력했으나 잘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피해자들이 지불한 돈의 대부분은 B씨의 다른 사업 자금으로 쓰이거나 이전에 진 빚을 갚는 데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배포한 대중문화예술인 표준전속계약서 일부. [서울 방배경찰서]

정부가 배포한 대중문화예술인 표준전속계약서 일부. [서울 방배경찰서]

경찰은 고액의 교습비 문제도 지적했다. 연기학원 교육비는 시간당 1만5900원이 최대이며 월 21시간을 넘어가선 안 되지만 이들은 시간당 20만원 넘는 금액을 요구했다. 또 공정거래위원회가 배포한 대중문화예술인 표준전속계약서에 따르면 교육에 드는 제반 비용은 매니지먼트사가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다.

사건을 맡은 김현수 서울 방배경찰서 지능수사팀장은 “고액의 연기 수업료 등을 요구하는 경우 전형적인 학원형매니지먼트 회사의 불법 영업에 해당하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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