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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보드 휩쓴 BTS·드레이크·카디 비…‘팝 2.0’ 세대교체 알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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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린 빌보드 뮤직 어워드 시상식에서 2관왕에 오른 방탄소년단. [AP=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린 빌보드 뮤직 어워드 시상식에서 2관왕에 오른 방탄소년단. [AP=연합뉴스]

방탄소년단(BTS)이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2관왕에 올랐다. 1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톱 듀오/그룹’과 ‘톱 소셜 아티스트’ 부문에서 수상한 것. ‘톱 듀오/그룹’은 주요 부문 중 하나로, 방탄소년단은 이매진 드래곤스ㆍ마룬파이브ㆍ패닉 앳 더 디스코ㆍ댄 앤 셰이 등 세계적 스타들을 제치고 트로피를 차지했다. 한국 가수로는 2013년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톱 스트리밍 송’ 비디오 부문에서 처음 수상한 이래 6년 만에 본상 수상자가 나온 셈이다.

BTS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2관왕 #비영어권 최초 ‘톱 듀오/그룹’ 수상 #드레이크 ‘톱 아티스트’ 등 12관왕 #카디 비는 남성 래퍼 제치고 6관왕

“아미와 함께 계속 최고의 꿈 꾸겠다”

시상에 나선 영화배우 저스틴 하틀리와 크리시 메츠가 BTS를 호명하자 객석이 떠나갈듯 함성이 쏟아졌다. 리더 RM은 “대단한 아티스트들과 함께 이 무대에 서 있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며 “이 모든 것은 우리가 함께 공유한 작은 것들 덕분이다. BTS와 아미의 힘”이라고 영어로 소감을 밝혔다. 이어 “우리는 여전히 6년 전 그 소년들이다. 같은 꿈을 꾸고, 같은 느낌과 생각을 갖고 있다”며 “계속 함께 최고의 꿈을 꾸자”고 했다.

방탄소년단과 할시는 이날 시상식에서 ‘작은 것들을 위한 시’ 합동 무대를 처음 공개했다. [AP=연합뉴스]

방탄소년단과 할시는 이날 시상식에서 ‘작은 것들을 위한 시’ 합동 무대를 처음 공개했다. [AP=연합뉴스]

‘작은 것들을 위한 시(Boy With Luv)’ 피처링에 참여한 여가수 할시와 합동 무대도 이날 시상식에서 처음 선보였다. 지난달 발매된 앨범 ‘맵 오브 더 솔: 페르소나(MAP OF THE SOUL: PERSONA)’의 타이틀곡이다. 이 앨범은 3연속 ‘빌보드 200’ 정상을 차지했고, 신곡은 ‘핫 100’ 8위에 올라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시상식 초반에 ‘위드아웃 미(Without Me)’로 강렬한 퍼포먼스를 보여준 할시는 마치 방탄소년단과 한팀인 것처럼 완벽하게 안무를 소화했다. 덕분에 지난해 빌보드 시상식에서 첫선을 보인 ‘페이크 러브(FAKE LOVE)’와는 또 다른 느낌의 무대가 완성됐다.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스트리밍 기록을 격파하고 있다”는 사회자 켈리 클라크슨의 소개처럼 BTS는 빌보드의 시상식 풍경 자체를 바꿔놓았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객석 맨 앞줄에서 시상식을 지켜보고, 공연 순서도 15팀 중 14번째였다. 퍼포머로 참석한 마돈나, 빌보드 아이콘으로 선정된 머라이어 캐리 등 기라성 같은 팝스타에 이어 무대에 오른 이들은 피날레인 폴라 압둘의 바로 앞 순서를 장식했다.

“빌보드와 K팝 팬 함께 성장 주목”

비영어권 최초로 ‘톱 듀오/그룹’ 부문에서 수상한 방탄소년단이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AP=연합뉴스]

비영어권 최초로 ‘톱 듀오/그룹’ 부문에서 수상한 방탄소년단이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AP=연합뉴스]

3년 연속 수상한 ‘톱 소셜 아티스트’ 트로피는 시상식 전 레드카펫에서 받았다. 2011년 신설된 이 부문은 6년 내리 저스틴 비버가 수상하는 등 별다른 경쟁자가 나타나지 않자 온라인으로 결과를 발표해 왔다. 하지만 BTS가 2016년 10월 ‘소셜 50’ 차트 1위에 진입하자 2017년 시상식에서 수상자를 직접 호명하며 새로운 ‘소셜 황제’의 탄생을 알렸다. ‘소셜 50’에서  통산 124주, 94주 연속 1위를 기록하고 있는 BTS 외에도 엑소ㆍ갓세븐 등 K팝 아이돌 3팀이 ‘톱 소셜 아티스트’ 부문 후보에 올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한국 조지메이슨대 이규탁 교수는 “일찍부터 BTS에 주목한 빌보드가 K팝 팬들과 함께 자체 시상식의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며 “지난 20여년간 백스트리트 보이즈부터 원 디렉션까지 쟁쟁한 팀들이 수상한 부문에서 비영어권·비서구권 최초로 BTS가 받게 되면서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그래미 등 향후 열릴 시상식에도 변화의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해외언론이 그동안 BTS가 쌓아 올린 성과를 팬덤의 활약에 초점 맞춰 주목해왔다면, 이번의 본상 수상에는 외신들도 이견이 없는 만큼 제대로 음악을 평가받을 전기를 마련한 셈이다. Mnet에서 국내 생중계 해설을 맡은 강명석 대중문화평론가는 “BTS가 주류에 편입하기 위해 애쓰지 않으면서 자신만의 방식을 고수하며 수상했다는 것이 전 세계 음악산업에 던지는 메시지가 크다”고 분석했다

1일 빌보드 시상식에서 ‘톱 아티스트’ 등 12관왕에 오른 캐나다 출신 래퍼 드레이크. [AP=연합뉴스]

1일 빌보드 시상식에서 ‘톱 아티스트’ 등 12관왕에 오른 캐나다 출신 래퍼 드레이크. [AP=연합뉴스]

이번 빌보드 시상식은 세대교체도 돋보였다. 17개 부문 후보에 오른 캐나다 출신 래퍼 드레이크는 대상 격인 ‘톱 아티스트’ 등 12개의 트로피를 챙겨 빌보드 왕좌에 올랐다. 그의 빌보드 수상 기록은 2006년 데뷔 이후 총 27회가 되면서 테일러 스위프트가 보유하고 있던 23회 기록을 깨트렸다. 최다 부문(21개) 후보에 오른 카디 비는 ‘아이 라이크 잇(I Like It)’으로 ‘톱 랩 송’ 등 6개 부문에 수상, 여성 래퍼로서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갔다.

“팝 외연 확장하며 새롭게 정의”

공교롭게도 이날 시상식을 휩쓴 세 팀은 ‘팝 2.0’ 시대를 연 인물로 꼽힌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지난 연말 기획기사 ‘2018년 새로운 팝스타는 어떤 폭풍을 불러왔나’를 통해 BTSㆍ드레이크ㆍ카디 비 등을 팝 2.0으로  언급했다. 케이티 페리ㆍ저스틴 팀버레이크ㆍ레이디 가가 등 전통적 팝스타가 팝 1.0이라면, 이들은 팝, 라틴 트랩, 멜로딕 힙합 등 팝의 외연을 확장하며 팝을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테일러 스위프트와 드레이크는 같은 해 데뷔했지만 서로 다른 세대에 속하는 셈이다.

최다 부문인 21개 부문 후보에 오른 미국 래퍼 카디 비. ‘톱 랩 송’ 등 6개 부문을 수상했다. [AP=연합뉴스]

최다 부문인 21개 부문 후보에 오른 미국 래퍼 카디 비. ‘톱 랩 송’ 등 6개 부문을 수상했다. [AP=연합뉴스]

드레이크는 지난해 발표한 ‘스콜피온’ 앨범에 수록된 ‘갓스 플랜(God’s Plan)’ ‘나이스 포 왓(Nice For What)’ ‘인 마이필링스(In My Feelings)’로 29주간 ‘핫 100’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2004년 어셔가 기록한 연간 최다 1위(28주) 기록을 경신했다. 강명석 평론가는 “드레이크는 ‘힙합을 베이스로 얼마나 다양한 장르를 소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며 “특히 ‘인 마이필링스’에서 춤추는 모습이 밈(meme)으로 만들어져 인터넷상에서 소비되고, 댄스 챌린지로 번져나가는 등 지금 시대의 음악이 가진 경향성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뮤지션”이라고 말했다.

이규탁 교수는 “카디 비와 BTS는 소셜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음악 외적인 부분에서 촉발된 관심을 다시 음악 안으로 끌고 들어왔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이를 통해 청취층이 확대될뿐더러 이야기가 지닌 호소력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드레이크와 BTS가 각각 더블 CD에 25곡을 담은 ‘스콜피온’과 앨범 간 이어지는 서사를 담은 ‘러브 유어셀프’ 시리즈로 지난달 세계음반산업협회(IFPI)가 발표한 ‘톱 10 글로벌 레코딩 아티스트’ 1, 2에 나란히 오른 만큼 이들을 향한 관심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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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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