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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청자 앞에 이것" 장인 최길회가 993년에 빚은 항아리...국보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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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제326호로 지정된 청자 '순화4년'명 항아리. 이화여대박물관 소장. [사진 문화재청]

국보 제326호로 지정된 청자 '순화4년'명 항아리. 이화여대박물관 소장. [사진 문화재청]

고려청자의 시원 

우리나라 청자 제작의 시원(始原)이라 일컬어지는 청자 '순화4년' 명(靑磁 ‘淳化四年’銘 壺) 항아리가 국보로 지정됐다.

고려청자의 기원으로 보이는 고려 태묘 제기 #청자 순화4년명 항아리 국보 제326호로 지정 #"993년 장인 최길회가 만들었다" 글자 새겨

문화재청은 보물 제237호 청자 ‘순화4년’명 항아리를 국보 제326호로 지정했다고 2일 발표했다. 이 항아리는 고려 태조를 비롯한 선대 임금들의 제사를 위해 건립한 태묘(太廟)에서 사용하기 위해 제작된 왕실 제기(祭器)다.

이 항아리는 고려 성종 때인 993년에 장인이 만든 것으로, 초기청자 가운데에서 드물게 크기가 큰 대형 항아리다. 뿐만 아니라 바탕의 품질이 우수하고 형태가 비슷한 사례가 없는 유일한 작품으로 향후 우리나라 청자 발달사를 밝히는데 학술적·예술적 가치가 큰 것으로 주목된다.

『고려사(高麗史)』에 따르면 황해북도 개풍군 영남면 용흥리에 위치했던 태묘는 송나라 제도를 참고해 992년(고려 성종11) 12월에 건립됐고, 제1실에는 태조와 태조비의 신주(神主)가 봉안됐다.

자 순화4년명 항아리. 장인 최길회가 제작했다고 새겨져 있다. [사진 문화재청]

자 순화4년명 항아리. 장인 최길회가 제작했다고 새겨져 있다. [사진 문화재청]

"993년 장인 최길회가 만들었다"

이 항아리 굽 안쪽 바닥면에는 ‘순화 4년 계사년 태묘 제1실 향기로서 장인 최길회가 만들었다(淳化四年 癸巳 太廟第一室 享器 匠崔吉會 造)’라고 글자가 새겨져 있다. 이를 통해 993년(고려 성종 12년) 태묘 제1실의 제기로 쓰기 위해 장인 최길회가 만들었음을 알 수 있다. '순화'는 북송의 연호로 '4년(四年) 계사(癸巳)'는 993년을 가리킨다.

항아리는 문양이 없는 긴 형태로서 입구가 넓고 곧게 서 있으며, 몸체는 어깨 부분이 약간 넓은 유선형이다. 표면에 미세한 거품이 있으나, 비교적 치밀한 유백색의 점토를 사용해여 바탕흙(胎土)의 품질이 좋다. 표면에는 은은한 광택과 함께 미세한 빙렬(氷裂)이 있고, 군데군데 긁힌 사용 흔적이 보인다.

문화재청 유형문화재과 오춘영 연구관은 "순화4년 명 항아리의 이러한 특징은 1989년~1990년 북한 사회과학원 고고연구소가 황해남도 배천군 원산리 2호 가마터에서 발굴한 ‘순화3년’명 고배(淳化三年銘 高杯)를 비롯해 여러 파편에서도 나타난다"며 "따라서 ‘청자 순화4년명 항아리’ 역시 원산리 가마터에서 제작되어 태묘의 제기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자는 아니지만 '청자'로 부르는 이유? 

이 항아리는 실제로 보면 우유빛처럼 뽀얀 색이다. 그런데 왜 이 항아리를 청자 순화4년명 항아리라고 부르는 것일까. 문화재청 유형문화재과 황정연 연구사는 "이 항아리가 제작된 곳으로 추정되는 원산리 가마터에서 나온 다른 유물들을 보면 당시청자 제조 기법이 완숙한 단계는 아니었지만 다양한 청자 제조 실험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당시 청자 출발점의 첫 단계로 본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청자 ‘순화4년’명 항아리는 1910년경 세상에 처음 공개됐으나, 발굴 경위에 대해 알려진 바 없으며, 일본인 소장가들을 거쳐 1957년 이화여대가 구매해 전해지고 있다.

보물 제 2022호로 지정된 군위 인각사 출토 공양구. [사진 문화재청]

보물 제 2022호로 지정된 군위 인각사 출토 공양구. [사진 문화재청]

인각사 출토 공양구. [사진 문화재청]

인각사 출토 공양구. [사진 문화재청]

문화재청은 이와 함께 통일신라에서 고려 초기에 제작된 '군위 인각사 출토 공양구'와 고려·조선 시대 금속활자로 찍은  『신간유편역거삼장문선대책 권5~6』을 보물로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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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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