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inspiration)과 재해석(interpretation)은 언제나 예술 창작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예술의 다양한 영역에서 심오하고 예민한 모든 예술 작품들은 이런 영감을 받고 만들어집니다. 제가 말씀드렸듯이 BTS의 이 작업은 제 작품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여겨집니다."
'미장센 포토' 선구자인 프랑스 사진가 베르나르 포콩(69)이 방탄소년단(BTS) 뮤직비디오 영상과 사진 작업 등이 자신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내용의 편지를 국내 에이전시를 통해 공개했다.
"영감은 예술 창작의 핵심...나는 BTS 사랑한다" #"표절 아니라 영감 받은 작품...내겐 영광" #
포콩은 이 편지에서 법적인 조치 등의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영감을 받았음을 인정해달라'는 내용을 완곡하게 표현했다. 포콩은 "나는 BTS를 사랑한다. 오늘날의 젊은 아티스트가 내 작품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영광으로 여긴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포콩은 편지에서 "BTS의 앨범 '화양연화(The Most Beautiful Moment of Life:Young Forever)'가 나왔을 때 1970년대 내 사진 '여름방학(Summer Camp)' 연작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것을 즉시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마네킨을 소재로 했던 내 사진은 오랫동안 무대 감독, 디자이너, 작가 등 전세계의 다양한 아티스트에게 영감을 주었다"면서 "예술 창작에서 영감과 재해석은 중심에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포콩은 이어 "전에도 말씀 드렸듯이 저는 BTS의 작품이 제 작품의 표절이나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 영감을 받은 하나의 작품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라며 "저는 BTS를 사랑합니다. 제 사진 작품이 만들어진 지 40년이 넘어 오늘날 젊은 아티스트에게 영감을 줬다는 사실을 저는 영광으로 여기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포콩은 지난 2월 국내 에이전시를 통해 2016년 10월 나온 BTS '피 땀 눈물' 뮤직비디오 일부 장면이 자신의 1970년대 작업 '향연'(le banquet)을 염두에 두고 제작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같은 해 5월 공개된 BTS 특별앨범 '화양연화 영 포에버' 사진집 또한 "제 '여름방학' 사진집을 현장에 들고 가 참고해 촬영한 것이 분명하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작가는 지난 2월 에이전시를 통해 "단 1초라도 그들을 상대로 법적 조처를 하겠다는 생각조차 한 적은 없다"라면서 "단지 (나로부터) 이러한 예술적 영감을 받은 점을 인정하고 언급할 것을 요청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이에 "지난해 한 갤러리에서 제기한 (포콩 작품과) 유사성 주장에 대해 해당 주장이 성립될 수 없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포콩의 국내 에이전시 측은 "포콩은 표절이라고 주장하지도 않았고, 단지 자신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것을 인정해 주기를 원해왔다"면서 "그러나 빅 엔터테인먼트 측은 이에 대한 답변을 계속 회피해오고 있다"고 전했다.
다음은 베르나르 포콩의 편지 전문.
저는 BTS의 'The Most Beautiful Moment of Life: Young Forever' 앨범이 나오고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이 앨범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앨범에 실린 사진이 제 '여름방학' 연작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것을 바로 알게 되었습니다.
'Love Chambers' 'Scriptures' 등 마네킨을 등장시킨 제 사진들은 그동안 무대 감독이나 디자이너 그리고 작가를 포함해 전세계의 다양한 아티스트들에게 영감을 주었습니다.
예술 창작에서 영감과 재해석은 늘 중심에 있어 왔습니다. 예술과 문화의 다양한 영역에 서 모든 심오하고 예민한 작품들은 영감을 이렇게 받아왔습니다.
전에도 말씀 드렸듯이 저는 BTS의 작품이 제 작품의 표절이나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 영감을 받은 작품, 헌정(as a tribute)의 하나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저는 BTS를 사랑합니다. 아름다운 음반입니다. 내가 작업한 지 40년이 지나 제 사진 작품이 오늘날 여전히 젊은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는 것을 저는 영광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베르나르 포콩.
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