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희 “미국, 연말까지 셈법 안 바꾸면 원치않는 결과 볼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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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최선희. [연합뉴스]

최선희. [연합뉴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30일 미국을 향해 “연말까지 새로운 계산법을 들고나오지 않을 경우 원치 않는 결과를 보게 될 수 있다”고 위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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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제1부상은 이날 조선중앙통신 기자와 만나 “우리의 비핵화 의지에는 변함이 없으며 때가 되면 비핵화를 할 것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미국이 현재의 셈법을 바꾸고 입장을 재정립해 가지고 나오는 조건하에서만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제시한 시한부 내에 자기 입장을 재정립해 가지고 나오지 않는 경우 미국은 참으로 원치 않는 결과를 보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선희는 “지난달 24일 미 국무장관 폼페(이)오가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른바 ‘경로 변경’을 운운하였다”며 “이것은 최대의 압박과 경제봉쇄로도 우리를 어쩔 수 없게 되자 군사적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기어이 우리 제도를 무너뜨려 보려는 어리석고 위험한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최선희가 미국을 향해 목소리를 높인 건 지난달 20일 이후 열흘 만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앞서 CBS 인터뷰에서 “그것(비핵화 협상)이 실패한다면 그때 가서 우리는 분명히 경로를 변경해야 할 것”이라며 “우리의 임무는 매우 분명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최선희의 비난은 미국발 ‘경로 변경’ 경고에 대해 북한도 ‘경로 변경’을 할 수 있다는 맞불 경고로 풀이된다. 최선희는 이와 관련, “미국만의 특권이 아니며 마음만 먹으면 우리의 선택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이날 최선희가 언급한 ‘원치 않는 결과’와 관련해선 핵실험 및 미사일 시험 발사 모라토리엄 등을 거둬들이고 핵과 미사일 개발을 재개하거나 핵을 보유한 채 중국·러시아 등 전통적 우방을 통해 살길을 찾겠다는 취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미 행정부는 북한이 추가 도발을 중단한 걸 치적으로 삼고 있는 만큼 북한이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이런 ‘치적’을 흔들 수 있다는 예고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선희는 “우리는 우리가 갈 길을 알고 있지만 미국에 시한부를 정해준 만큼 선택을 망설이고 있을 뿐”이라고도 주장했다.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에도 북한과 미국은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있지만 북·러 정상회담을 거치면서는 강 대 강으로 관계가 점점 격화하고 있다.

정용수·백민정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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