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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히토 일왕 퇴위 "전 세계 사람들의 안녕과 행복 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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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히토 일왕(오른쪽에서 둘째)이 30일 오후 5시쯤 왕궁인 고쿄의 마쓰노마에서 퇴위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퇴위식에는 왕족과 궁내청 관계자, 정부 요인 등 294명이 참석했다. [AP=연합뉴스]

아키히토 일왕(오른쪽에서 둘째)이 30일 오후 5시쯤 왕궁인 고쿄의 마쓰노마에서 퇴위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퇴위식에는 왕족과 궁내청 관계자, 정부 요인 등 294명이 참석했다. [AP=연합뉴스]

“우리나라와 전 세계 사람들의 안녕과 행복을 빈다.”
일본인의 존경을 한 몸에 받던 아키히토(明仁·85) 일왕(일본에선 천황)이 마지막 메시지를 남기고 30일 퇴위했다. 재임 30년 3개월 만이다. 살아있는 동안 후대에 왕위를 물려주는 ‘생전 퇴위’는 헌정 사상 처음이다. 역사적으로도 1817년 고가쿠(光格) 왕 이후 202년 만이다.
퇴위 의식은 이날 오전 10시가 조금 넘어 시작했다. 아키히토 일왕이 왕궁인 고쿄(皇居)의 규츄산덴(宮中三殿)을 돌며 시조신인 아마테라스 오오미카미(天照大神)와 왕실 조상에게 퇴위를 고하는 제례를 가졌다. 이어 새 일왕에 오르는 나루히토(徳仁·59) 왕세자도 같은 곳을 찾아 배례했다. 미치코(美智子·84) 왕후는 지병인 경추신경근병증 때문에, 마사코(雅子·56) 왕세자비는 퇴위식 준비를 위해 배례에 불참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퇴위식은 오후 5시부터 일왕이 총리 임명과 같은 국사행위를 하는 마쓰노마(松の間)에서 거행됐다. 왕족과 궁내청 관계자, 정부 요인 등 294명이 참석한 가운데 일왕 부부는 시종관과 함께 등장했다. 왕위를 상징하는 ‘삼종신기(三種神器·고대부터 계승되는 일본 왕실의 세 가지 보물)’ 중 검과 굽은 구슬, 어새(御璽)와 국새(國璽)가 식장에 함께 들어왔다.
먼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국민을 대표해 “헤이세이(平成) 30년, 우리들은 천황 폐하와 함께 걸어왔다”며 “천황 폐하의 걸음을 가슴에 새기며 평화롭고 희망으로 가득 찬 자랑스러운 일본의 빛나는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인사말을 건넸다.
아키히토 일왕은 약 2분간 퇴위 발언을 했다. 일왕은 “지금까지 천황으로서 국민의 깊은 신뢰와 경애를 받은 것은 행복한 것이었다”며 "상징으로서 나를 받아들이고 지지해준 국민에게 마음으로부터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내일부터 시작하는 새로운 레이와(令和) 시대가 평화롭고 결실이 많기를 황후와 함께 마음으로부터 바란다”고 밝혔다.  일왕의 퇴위 발언과 아베 총리의 국민대표 인사말은 이날 오후 3시쯤 각의(국무회의)에서 결정됐다.
13여분에 걸친 퇴위식이 끝나자 일왕 부부는 연단에서 내려와 참석자들에게 목례를 한 뒤 퇴장했다. 이날 행사는 일반에 공개되진 않았지만 NHK 등 방송사들이 생중계했다.
아키히토 일왕은 오늘(1일) 자정부터 상왕, 미치코 왕비는 상왕후가 된다. 퇴위 뒤엔 고쿄에서 멀지 않은 다카나와 황족 저택(高輪皇族邸)으로 거처를 옮겼다가, 약 1년 반 뒤 왕세자 시절 살았던 아카사카고요치(赤坂御用地)의 도구고쇼(東宮御所)로 돌아갈 계획이다. 지금까지 나루히토 왕세자 부부가 살던 곳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백악관 성명을 통해 일왕 부부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에서 2017년 방일 때 일왕 부부를 만났던 것을 언급하면서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새 시대에도 위대한 동맹국인 일본과 전통적인 파트너십과 협력관계를 이어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도 아키히토 일왕에게 서한을 보냈다. 외교부는 “문 대통령은 아키히토 천황이 재위 기간 중 평화의 소중함을 지켜나가는 것의 중요함을 강조하고 한일관계 발전에 크게 기여한 데 대해 사의를 표했다”고 밝혔다. 서한에는 “퇴위 이후에도 양국관계 발전을 위해 힘써줄 것을 기대한다”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김상진 기자 snow0@joongang.co.kr

오전 10시부터 시조신·조상에게 퇴위 고하는 제례 #아베, 국민 대표해 "일왕의 걸음 가슴에 새기겠다" #일왕 "레이와 시대, 평화롭고 결실 많기를 바란다" #트럼프 감사 성명 발표, 문 대통령도 서한 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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