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셉 윤, "웜비어 청구서 서명, 트럼프 승인"

중앙일보

입력

"사람들이 정부를 떠나면 실제로 일어난 일과 그에 대한 기억이 달라지기도 한다."(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가 알기론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조셉 윤 전 대북정책특별대표)

CNN 인터뷰에서 북한의 200만달러 요구, 서명 시인 #"틸러슨이 트럼프에 보고해 트럼프 승인 받은 걸로 안다" #"서명했다면 (미국이) 북한에 약속 이행해야 한다" 주장 # 향후 북미협상 과정에서 '몸값 지급' 논쟁 불씨 될 수도

조셉 윤 전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겸 6자회담 수석대표

조셉 윤 전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겸 6자회담 수석대표

2017년 6월 평양에 들어가 미 대학생 오토 웜비어를 데리고 나온 윤 전 대표와 볼턴 보좌관 사이에 '200만 달러(약 23억원) 서명'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윤 전 대표는 29일(현지시간) CNN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웜비어 석방과정에서 병원비 명목으로 200만 달러를 청구했으며 내가 청구서에 서명했다"며 이 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승인이 있었음을 강하게 시사했다.

웜비어의 재판 사진. 북한최고재판소는 그에게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웜비어의 재판 사진. 북한최고재판소는 그에게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는 렉스 틸러슨 당시 국무장관 및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웜비어의 석방을 위해서라면 필요한 건 무엇이든 하라'는 지시를 받았느냐는 질문에 "북측에서 '200만 달러를 내야 한다'고 하자마자 나는 내 상관이었던 틸러슨 장관에게 물어봤고 그는 내게 '좋다, 어서 서명하라'라고 신속한 답변을 줬다"고 말했다.

윤 전 대표는 또 "틸러슨 전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을 받았을 거라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내가 알기로는 그렇다. 내가 그(트럼프 대통령)에게 물어본 건 아니지만 내가 알기로는 그렇다"라고 답했다. 그는 미국이 북한에 200만 달러를 지급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서명을 했으면 지급을 해야 하느냐의 문제인데 내 생각은 '그렇다'다. 서명을 했으면, (그리고) 지급을 하겠다고 미국 정부가 다른 정부에 약속한 것이면 내 생각에는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이 문제는 워싱턴포스트(WP)가 지난 25일 관련 사실을 보도하면서 불거졌다.
윤 전 대표가 이 같은 내용을 시인하자 볼턴 보좌관은 지난 28일 인터뷰를 통해 "(합의서에) 서명한 것은 맞다. 하지만 누구도 돈을 지불하지 않았다는 것은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윤 전 대표의 관련 언급에 '정부를 떠난 사람'이라 지목하며 불쾌감을 표한 것은 이 사안이 확대되는 걸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윤 전 대표가 미국이 북한이 200만달러를 지급한 지 여부에 대해선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지만 설령 지급이 안 됐다 해도 향후 북미 협상 과정에서 논란의 불씨가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CNN은 "북한은 1차(싱가포르), 2차(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청구서 문제를 꺼내지 않았지만 향후 북미협상 과정에서 쟁점이 될 수 있다"며 "미 정부가 무슨 생각으로든 청구서에 서명한 상황이기 때문에 향후 북미협상에서 어느 시점에는 이 문제가 다시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에서 17개월 간 억류됐다 2017년 6월13일 의식불명 상태로 석방됐던 오토 웜비어는 엿새 후 사망했다.

북한에서 17개월 간 억류됐다 2017년 6월13일 의식불명 상태로 석방됐던 오토 웜비어는 엿새 후 사망했다.

현재 미 정부는 미국인 인질 석방 과정에 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기본 원칙을 갖고 있다. 따라서 실제로 돈을 건넬 의사가 없이 청구서에 서명한 것이라고 해도 '몸값 미지급 원칙'에 위배되는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CNN은 또 "윤 전 대표에게 청구서를 건네준 것은 북한 외무성"이라며 "북한 외무성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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