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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예스러움 살린 디자인 소비자 눈길 사로잡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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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트로’가 패션에 이어 리빙·식품 업계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뉴트로는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로, 옛것을 현재감각으로 재해석해 즐기는 경향을 말한다. 커다란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부터 광택 나는 에나멜 가전제품, 음료 브랜드가 찍힌 판촉용 유리컵까지. 1980~90년대 제품처럼 자칫 촌스러워 보일 수 있지만 친숙하고 세련된 느낌을 더해 소비자를 유혹한다.

리빙·식품 업계에 부는 뉴트로

운전하지 않아도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자동차, 집안일을 대신해 주는 로봇, 가상공간이 실제처럼 눈앞에 펼쳐지는 가상현실(VR), 첨단 디지털 세상이 현실이 된 요즘 역설적이게도 옛것에 대한 향수도 짙어졌다. 과거를 재현하는 복고(레트로)에 이어 최근엔 ‘새로운 복고(뉴트로)’가 등장해 그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김난도(소비자학과) 서울대 교수는 저서 『트렌드 코리아 2019』에서 뉴트로의 유행에 대해 ‘1020세대에겐 새로움을 찾는 놀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디지털 세상에서 온갖 콘텐트를 즐기고 만드는, 이른바 디지털 네이티브들은 빠르고 편리한 만큼 피로감과 싫증도 금방 느낀다.

반면 기술과 거리가 먼 아날로그를 바탕으로 하는 뉴트로는 현실을 회피하는 안식처가 된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에 대한 설렘도 안겨준다. 이에 발맞춰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3대 요소, 의(衣)·식(食)·주(住) 분야까지 뉴트로 감성이 스며들고 있다.

지난해 10월과 올해 3월 열린 서울패션위크에서는 뉴트로 패션이 무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지난해에는 디앤티도트와 휠라의 협업으로 탄생한 복고풍 운동화 ‘디스럽터2’가, 올해는 아식스의 뉴트로 콘셉트 ‘어글리 슈즈’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1990년대 운동화를 재해석한 어글리 슈즈에 다양한 원색이 더해져 뉴트로 디자인이 돋보였다는 평을 받았다.

1950년대 눈꽃 브랜드 설탕

최근 CJ제일제당이 선보인 뉴트로 콘 셉트의 제품들(왼쪽부터 참기름·설 탕·밀가루·소금). 1950년대 출시했던 제품의 디자인을 재현한 한정판이다.

최근 CJ제일제당이 선보인 뉴트로 콘 셉트의 제품들(왼쪽부터 참기름·설 탕·밀가루·소금). 1950년대 출시했던 제품의 디자인을 재현한 한정판이다.

첨단 기술력이 중요한 가전제품에서도 디자인만은 예스러운 느낌을 추구한다. 80년대 라디오를 연상시키는 모양의 밥솥, 70~80년대 유럽 주방에서 가져온 듯한 냉장고·토스트기 등 다양한 가전제품이 ‘레트로 라인’이나 ‘빈티지 컬렉션’ 이름으로 출시되고 있다.

이런 유행은 이탈리아의 유명 가전 브랜드 스메그·드롱기부터 시작됐고 최근 대우전자·코스텔 같은 국내 가전 브랜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예스럽지만 최신 기능을 갖춰 1인 가구가 많은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한다는 전략이다.

뉴트로는 식품업계에서도 화두다. 주로 복고풍 포장지에 현대적인 감각을 입힌 새로운 디자인으로 출시하거나 단종됐던 제품을 한정판으로 선보인다. 이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즐기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재미있는 ‘인증샷’거리가 되며 인기를 끌고 있다.

CJ제일제당도 최근 백설 브랜드의 정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백설 헤리티지 에디션’을 선보였다. 50년대 출시한 백설의 초기 디자인을 활용해 만든 한정판 제품이다. 설탕·밀가루·참기름·소금 네 가지 제품으로 구성했다. 이 가운데 특히 설탕 제품 포장지에는 초창기 제품의 눈꽃 모양 디자인을 새겼다. 백설이 53년에 우리나라 최초의 정제 설탕을 생산했던 사실을 되새기기 위해서다.

밀가루 제품은 초기 제품인 ‘미인’의 포장 디자인을 활용해 복고 느낌을 더했다. 제품 모두 예스러운 로고와 서체에 세련된 디자인 감각이 더해져 주방 한 켠에 소장하고 싶을 정도다. 박수연 CJ제일제당 마케팅전략팀 부장은 “이번 한정판은 60년 이상 이어져온 백설 브랜드의 정통성을 표현하면서도 현대적인 디자인을 가미했다”며 “특히 옛 감성을 흥미롭게 받아들이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인기를 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글=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 사진=CJ제일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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