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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촬영 전 등산, 밤샐 때 쪽잠…연기자의 생명 체력·기억력 유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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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제2의 전성기 맞은 배우 김영철 

카리스마 넘치는 ‘궁예’에서 익살스러운 ‘사딸라 아저씨’로 변신한 배우 김영철. 1953년생, 환갑을 한참 넘은 그가 요즘 제2의 전성시대를 누리고 있다. 아이스크림 광고(CF)에서 배우 이병헌과 유쾌 발랄한 ‘아재’로 등장하는가 하면, 한 교양 프로그램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에선 전국 각지를 돌며 동네 이웃과 어우러지는 ‘인간 김영철’을 보여준다. 43년차 배우이자 CF계 블루칩으로 다시 떠오른 그를 지난 1일 중앙일보 사옥에서 만났다.

배우 김영철이 환갑을 넘긴 나이에도 연예계를 종횡무진 활약하며 인기를 누리고 있는 비결과 체력 관리 방법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배우 김영철이 환갑을 넘긴 나이에도 연예계를 종횡무진 활약하며 인기를 누리고 있는 비결과 체력 관리 방법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요즘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다.
“버거 CF 덕에 길에서 아이들이 ‘사딸라 아저씨’라고 부르며 다가온다. 배우는 대중의 사랑을 먹고사는데, 좋아해 주니 고맙다. 몇 년 전부터 코믹 CF를 제안받았지만 처음엔 고사했다. 젊은 사람들이 나를 섭외하러 찾아오는데 계속 거부만 하면 사장될 것 같아 ‘한번 해보자’고 결심하게 됐다. 버거·아이스크림·립스틱 등의 CF를 코믹 콘셉트로 찍었다. 그 덕에 다가가기 힘든 배우에서 친숙한 배우로 거듭날 수 있었다. 그간 사극에서 궁예 같은 카리스마 넘치는 캐릭터를 많이 맡았던 탓에 분위기가 무겁다며 내게 먼저 말을 걸어오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러다 TV 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에서 끈끈한 가족애를 가진 가장의 모습을 연기하면서 사람들이 다가오기 시작했다(웃음).”
‘동네 한 바퀴’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모습도 새롭고 다정다감해 보인다.
“어느 순간부터 다큐에 매력을 느꼈다. 감동과 현실을 함께 담겨 있으니 배울 것도 많아 출연 제안에 선뜻 수락했다. 평생 배우로 살아오면서 일반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 연기가 아닌 현실을 보고 싶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진짜 세상을 관찰하면 일반인들은 간과했던, 하지만 배우에겐 포착된 세상의 모습을 더 세밀하고 현실감 넘치게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 프로그램이 나와 잘 어울린다는 전화를 선후배들에게서 많이 받았다. 그간 배우로서 여러 직업을 연기하고 대신 살면서 간접 체험을 많이 했다면 이 프로그램을 통해선 일상과 마주치면서 다양한 이웃의 삶을 직접 보고 있다. 배우는 관찰하는 사람이다. 평소에도 지인을 많이 관찰한다. 배우 머릿속엔 자기만의 ‘은행’이 있다. 계속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쓴다. 미술가가 작품을 만들듯 한 인물을 연기할 땐 머리 속 인물을 끌어다 입히고 색을 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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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인터뷰 직전 옷을 갈아입을 때 김영철의 다부지고 탄탄한 몸매가 돋보였다. ‘동네 한 바퀴’에서 화면 속 그는 계속 걷는다. 바쁜 일상 속 건강을 어떻게 관리할지 궁금했다.

활동이 많아졌겠다. 어떻게 체력관리하나.
“‘동네 한 바퀴’는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 촬영한다. 많이 편집되지만 실제로는 하루 종일 걷는다. 그래서 평소 산에 많이 간다. 특히 이 프로그램 촬영 전엔 집 뒤편에 있는 청계산을 2시간 반 정도 오른다. 다음 촬영을 위한 사전 워밍업 차원에서다. 배우 일을 하면 밤새는 일이 많다. 그럴 땐 잠깐이라도 눈을 붙인다. 밤샘 촬영 다음 날엔 체력을 비축하는 휴식을 취한다. 요즘 시니어들은 다양한 취미를 즐긴다. 뭐니 뭐니 해도 즐겁게 사는 게 최고의 건강 비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대본 외우는 게 힘들지 않나. 특히 주인공 역을 맡으면 대사도 많을 텐데.
“‘태조왕건’에서 총 65장면 중 궁예가 40장면인 적이 있다. 궁예가 계속 말을 하는 장면이 많아 대본 양이 엄청났다. 대본을 외우지 않으면 감정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촬영을 병행하며 집에서 이틀간 밤새워 그 많은 대사를 다 외웠다. 그때 인간은 한계가 없다는 걸 느꼈다. 동료들도 놀라워했다. 배우는 기억력이 좋아야 한다.”
(왼쪽부터) ‘태조 왕건’ 궁예, ‘야인시대’ 김두한, ‘공주의 남자’ 수양대군 역의 김영철.

(왼쪽부터) ‘태조 왕건’ 궁예, ‘야인시대’ 김두한, ‘공주의 남자’ 수양대군 역의 김영철.

건강기능식품 CF 모델도 새로 맡았다.
“10여 년 전 광동제약의 ‘광쌍탕’ 모델을 했는데, 이번에도 광동제약과 인연이 닿았다. 당시 만났던 고(故) 최수부 광동제약 대표이사 회장의 소탈하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이 기억에 강렬하게 남아 있다. 이번 광고는 요즘 ‘사딸라’나 궁예 패러디 같은 코믹 요소를 빼고 새롭게 하기로 했다.”
차기작 출연 계획이 잡혔나.
“현재 JTBC 드라마 ‘나의 나라’를 촬영하고 있다. ‘나의 나라’는 고려 말 조선 초를 배경으로 각자의 신념이 말하는 ‘나의 나라’를 두고 서로에게 칼끝을 겨누며 권력의 욕망을 그려낸 액션 사극이다. 오는 9월부터 방영된다. 광고 섭외 건도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웃음). 작품을 선택할 땐 내 역할이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지 시놉시스(줄거리)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본다. 정상적인 인물을 하고 싶다. 물론 악역도 포함해서다. 하지만 소위 ‘막장’ 드라마는 고르지 않는다. 막장 드라마를 써본 작가의 작품은 피한다. 배우로서 아무리 배가 고파도 참는다. 대중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드라마를 선택하려 한다.”

글=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사진=프리랜서 김동하,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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