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경제]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 도대체 왜들 법석이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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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틴틴 친구들의 부모님이 최근 집을 팔거나 새로 산 적이 있다면 이런 불평을 하셨을 수도 있어요. "어휴, 세금 무서워 집 사고팔기가 겁이 나는군"이라고요.

이런 불평이 나오게 된 데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올해부터 시행된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제'가 부모님의 심기를 건드렸을 가능성이 커요. 이 제도는 말 그대로 실제 거래한 가격 그대로 계약서와 신고서를 작성하고, 각종 세금도 그 가격에 맞춰 내라는 것입니다.

정직한 틴틴 친구들은 이렇게 얘기할 겁니다. "너무 당연한 얘기 아닌가요. 그럼 거래가격을 거짓으로 신고하고 세금 내는 사람도 있나요."

자, 이제부터 우리 친구들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일이 어른들의 세계에선 어떻게 새로운 현상이 됐는지를 알아보도록 하죠.

◆실거래가 신고제란=집.가게.땅 등 부동산을 거래할 땐 계약서를 만듭니다. 여기엔 서로 어떤 부동산을 사고팔았고, 거래가격은 얼마인지 등을 적습니다. 구청이나 군청에선 이 계약서에 도장을 찍어(검인) 계약 사실을 공식 인정해주고, 검인된 계약서로 법원 등기소에서 등기를 하면 부동산 거래가 끝나게 됩니다.

이제 남은 건 세금을 내는 일입니다. 부동산을 산 사람은 계약서에 적혀 있는 가격에 근거해 취득세와 등록세를 내고, 판 사람은 자신이 부동산을 샀을 때의 가격과 팔았을 때의 가격의 차이(양도차익)만큼에 대해 일정 비율로 양도소득세를 내야 합니다.

문제는 많은 사람이 세금을 '불필요한 비용'으로 생각하고 가급적 세금을 적게 내고 싶어 한다는 것이에요. 이럴 때 어떤 방법을 쓸 수 있을까요. 간단합니다. 계약서의 거래가격을 실제 거래가격보다 낮게 적는 것이죠. 값을 낮춰(다운) 써낸다고 해 이를 '다운계약서'라고도 부릅니다. 편법이지만 이게 오랜 관행이 돼 왔습니다. 게다가 실거래가보다 훨씬 낮은 공시가격(지난해까진 기준시가) 또는 공시지가로 세금을 매겼기 때문에 실거래가 신고에 비해 세금이 적었습니다.

그러나 실거래가 신고제가 시행되면서 '다운계약서' 작성이 어렵게 됐습니다. 계약 후 30일 이내에 실거래가 신고서(부동산거래계약 신고서)를 만들어 군.구청에 제출하면 컴퓨터가 신고가격이 통상 거래되는 가격보다 터무니없이 낮은지를 점검하고, 군.구청 직원들이 직접 조사하기도 합니다. 만약 거짓 가격으로 신고했다면 취득세의 세 배까지 과태료가 부과되고, 심할 경우 국세청의 조사도 받는답니다.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다운계약서'를 만들어도 세금 면에서 실익이 크지는 않다는 겁니다. 부동산을 산 사람이 다운계약서를 작성하면 취득세.등록세는 적게 낼 수 있지만 나중에 그 부동산을 팔 때 양도세를 많이 내야 하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5억원에 집을 사서 나중에 10억원에 판다면 5억원에 대해서만 양도세를 내면 됩니다. 그런데 취득세.등록세를 적게 내려고 신고서에 4억원이라고 썼다면 나중에 6억원에 대해 양도세를 물어야 합니다. 취득세.등록세(거래가격의 2.5%)보다는 양도세(양도차익의 9~36%)가 훨씬 많으니 부담이 되겠죠.

◆더 엄격해지는 신고제=실거래가 신고제는 부동산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집을 사려는 부모님들은 국민은행이나 부동산 정보업체들이 인터넷에 정기적으로 게시하는 가격을 참고자료로 많이 활용하실 거예요. 그런데 이 정보들은 대부분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제공하는 것으로, 고의적으로 가격을 올리거나 낮추는 사례가 있을 수 있죠. 아파트부녀회가 앞장서서 가격을 끌어올리려 한다는 얘기도 들어보셨을 거예요.

하지만 실거래가 신고가 정착되면 이런 부작용이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됩니다. 올 1~5월엔 실거래가로 신고만 했지만 6월부터는 실거래 신고 가격으로 등기까지 해야 합니다. 등기소에 가서 등기부등본만 발급받아 보면 실제 거래가격이 얼마인지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는 얘기죠.

물론 아직 거래 건수가 많지 않아 실거래가가 매매의 참고자료로 활용하기엔 미흡하지만 계속 거래실적이 쌓이면 유익한 가격정보가 될 것입니다. 건설교통부는 이달 말께 지역별.평형별 아파트 가격을 공개하고, 내년 초엔 동.호수별 가격까지 공개할 예정입니다. 다만 신고된 모든 가격을 공개할지, 아니면 실거래 건수가 일정 수준 이상일 경우에만 가격을 공시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또 이달 말부터 서울 강남구 등 전국 22개 주택거래신고지역에선 실거래가 신고를 하면서 주택구입자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와 집을 산 뒤 실제로 거주할 것인지도 함께 신고해야 합니다. 집을 사는 데 자기 돈은 얼마고, 대출은 얼마를 받았는지를 파악해 주택정책의 참고자료로 활용하겠다는 게 건교부의 설명입니다. 하지만 사생활을 침해하는 지나친 규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답니다. 틴틴 여러분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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