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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에듀] ‘학종 최강’ 한영고 비결③…창의력도 교육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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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동구의 일반고인 한영고는 학생부 종합전형에 강한 학교로 유명하다. 2019 대입에서 학종으로 서울대에 14명이 합격했다. 일반고 가운데 전국 1위다. 한영고의 '뜬구름 노트'는 빈칸을 학생들의 상상력으로 채워가는 노트다. [사진 한영고]

서울 강동구의 일반고인 한영고는 학생부 종합전형에 강한 학교로 유명하다. 2019 대입에서 학종으로 서울대에 14명이 합격했다. 일반고 가운데 전국 1위다. 한영고의 '뜬구름 노트'는 빈칸을 학생들의 상상력으로 채워가는 노트다. [사진 한영고]

창의력은 타고나는 것이란 인식이 많다. 하지만 한영고는 ‘창의성도 교육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생각의 탄생’이라는 책을 쓴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등 세계적인 석학들의 의견이기도 하다.

창의적 생각 방법 담은 '뜬구름노트' #10가지 생각법 따라 아이디어 구체화 #우수한 학생은 메이커대회 출전 기회도

한영고는 원하는 학생들에게 ‘뜬구름 노트’를 배포한다. 생각하는 법을 알려주고, 빈칸을 학생들의 상상력으로 채워가는 노트다.

이 학교가 뜬구름 노트를 만든 건 2017년이다. 수학·과학·사회·국어·미술 등 각 교과 선생님들이 모인 ‘한영고 교원 학습공동체’가 약 1년간 배우고, 토론해가며 만든 결과물이다. 한영고 유제숙 교사는 “서울시 교육청의 교육 과정도 함께 듣고, 몇 년 전 우연히 알게 된 트리즈(TRIZ) 연구소에서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트리즈는 기술 과제에 대한 창조적 문제 해결 방법론이다. 창의력이 돋보이는 특허를 분석해 창의성의 규칙을 찾고 절차화한 이론이다.

그래서 ‘뜬구름 노트’는 ^더하고 ^빼고 ^모양을 바꾸고 ^용도를 바꾸고 ^다른 아이디어를 역이용하고 ^크기를 바꾸고 ^폐품을 이용하고 ^재료를 바꾸고 ^반대로 생각하고 ^자유롭게 상상하는 10가지 방식으로 창의성을 기르는 방식을 분석해 제시한다. 뜬구름 같은 상상력을 실질적인 사고로 구체화하는 법을 알려주는 셈이다. 학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지난해 1학기는 400여 명, 2학기엔 558명의 학생이 뜬구름 노트를 신청했다.

김태화 교사는 “뜬구름 발상법에 따라 10가지 이상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기록해 제출하면 그 내용을 선생님이 평가해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활동을 하기 때문에 한영고 학생의 생활기록부는 주입식 교육 위주의 학교에 비해 더 구체적이고 설득력이 높다.

뜬구름 발상법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낸 학생에게는 ‘뜬구름 메이커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한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할 기회를 갖는 것이다. 유제숙 교사는 “우리 학교는 학생들이 무엇인가를 선택하고 스스로 해내며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그 과정을 학교생활기록부에 담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김태화 교사는 “문과 학생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현할 정책 제안을 하기도 하며  이과 학생은 직접 제품을 제작해 제출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열린 뜬구름 메이커 대회에서는 박혜선 학생이 대상을 받았다. 그는 “보건 선생님이 부재중일 때가 많아 보건실에서 학생증 바코드를 대면 자동으로 약을 제공하는 장치를 만들었다. 소프트웨어는 아두이노를 활용했고, 하드웨어는 학교에 있는 3D를 썼다. 만드는 과정에서 친구들과 상의도 하고, 도서관에서 C언어 책도 찾아보고, 유튜브 강좌도 들어야 했다. 수없이 많은 실패를 거듭한 끝에 만들었다. 제출 마감 직전에는 밤을 새우기도 했다. 힘들었지만 생각하고 만들어 가면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부 종합전형을 통해 시립대 수학과에 진학했다.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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