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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가습기살균제 원료 공급' SK케미칼에 옥시 공범 적용 방침

중앙일보

입력

2016년 8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SK케미칼 김철 대표가 답변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2016년 8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SK케미칼 김철 대표가 답변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검찰이 SK케미칼을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원료로 만든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했다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처벌받은 옥시의 공범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성분을 사용한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업체를 겨냥한 검찰의 재수사 범위가 PHMG까지 포함해 전방위적으로 확대됐다.

옥시 공범 적용시 공소시효 늘어 #PHMG 살균제 제조업체 관계자 조사 #SK케미칼측은 공모 여부 부인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권순정)는 최근 PHMG 원료를 사용해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었던 업체 관계자들로부터 “SK케미칼이 PHMG 원료가 가습기 살균제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SK케미칼은 ‘옥시 싹싹뉴가습기당번’ 등에 원료로 쓰인 PHMG를 옥시 등에 공급했다. 또 이들은 검찰 조사에서 “SK케미칼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 생겨 문제가 되자 은폐를 하려고 회유를 시도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수사팀은 지난 1월과 3월 SK케미칼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6년 전 SK케미칼 직원들이 내부 TF를 구성해 증거를 인멸하고 입을 맞췄다는 정황이 담긴 이메일을 상당수 확보했다. 2013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 과정에서 법원은 SK케미칼에 PHMG 원료와 관련해 유해성 실험 사실조회를 요청했다. 당시 SK케미칼은 '가습기 청정기 실험 보고서'라는 제목의 문건을 가습기 살균제가 아닌 공기청정기 관련 실험이라고 대응했다.

SK케미칼측은 여전히 PHMG 원료를 납품한 사실은 있지만 가습기 살균제에 쓰이는지는 몰랐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SK케미칼 관계자들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당시 SK케미칼 내부 문건에 대한 분석과 PHMG 원료를 납품받은 업체 관계자들의 진술을 보강한 뒤 옥시와의 공모관계를 입증할 계획이다.

지난 4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노을공원에 위치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추모의 숲'에서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들과 피해자 및 유족들이 나무를 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노을공원에 위치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추모의 숲'에서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들과 피해자 및 유족들이 나무를 심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은 SK케미칼을 옥시의 공범으로 적시해 기소할 경우 PHMG 원료를 사용한 가습기 살균제 공소시효 문제도 일정 부분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한다. 공범이 재판에 넘겨진 경우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공소시효가 정지되기 때문이다.

신현우 옥시 전 대표는 2016년 5월에 재판에 넘겨져 지난해 1월 대법원에서 징역 6년이 확정됐다. 신 전 대표가 재판을 받은 1년 7개월여 동안은 그 공범의 공소시효가 정지된다. 검찰이 계획대로 SK케미칼 관계자들을 옥시의 공범으로 적시하면 신 전 대표 등이 재판을 받은 기간 만큼 공소시효가 늘게 된다.

또 검찰은 대법원이 PHMG 원료를 사용한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 업체에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결한 만큼 SK케미칼의 공모관계가 입증되면 처벌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 보고 있다.

앞서 수사팀은 지난 2월 13일 가습기 메이트를 만들어 SK케미칼에 넘긴 하청업체 필러물산 김모 전 대표를 구속기소 하면서 SK케미칼과 애경 등을 공범으로 적시했다. 가습기 메이트는 CMIT 성분의 가습기 살균제다. 검찰은 이 같은 방식으로 CMIT를 원료로 한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의 공소시효 문제도 해결한 바 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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