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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화재참사 출동 소방관 1년 4개월 만에 징계 의결

중앙일보

입력

29명이 숨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를 수사중인 충북지방경찰청 수사본부가 지난해 4월 화재 당시 구조상황을 재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29명이 숨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를 수사중인 충북지방경찰청 수사본부가 지난해 4월 화재 당시 구조상황을 재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충북 제천 화재 참사와 관련 당시 부실대응 논란을 일으켰던 소방관들이 징계를 받게 됐다.

충북 소방징계위 부실대응 소방관 6명 징계 의결 #1명 정직, 5명 견책·감봉…당사자 통보 후 확정 #유족 "합리적 수준 아냐…향후 입장 밝힐 것"

충북도는 지난 22일 소방징계위원회를 열고 제천 복합상가건물 화재 현장에 출동했던 소방관 6명에 대한 징계를 의결했다고 23일 밝혔다. 충북도는 “당사자들에게 징계 의결 결과가 통보되지 않아 대상자의 직책과 징계 수위 등을 아직까지 공개할 수 없다”며 “다만 소방관 1명에게 중징계에 해당하는 정직 처분이 내려졌고, 나머지 5명에게는 견책·감봉 등 경징계 처분이 의결됐다”고 덧붙였다.

해당 소방관들에 대한 소속 기관 징계가 참사가 발생한 지 1년 4개월여 만에 이뤄진 배경은 검·경 수사와 유가족대책위원회의 재정신청 등 법적 다툼이 최근 마무리 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아 온 충북소방본부 소속 소방관 2명은 인명피해에 대한 형사책임이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난 상황이다. 반면 유족들은 “소방관의 부실대응으로 무고한 희생자들이 발생했다”며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소방지휘부 등 소방관들에 대한 징계를 꾸준히 요구해 왔다.

지난해 12월 21일 열린 제천화재 참사 희생자 1주기 추모식에서 슬픔을 못 이긴 한 유가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21일 열린 제천화재 참사 희생자 1주기 추모식에서 슬픔을 못 이긴 한 유가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2017년 12월 21일 발생한 제천 화재 참사는 목욕탕과 헬스클럽 등이 있는 복합상가건물에서 불이 나 29명이 숨지고 40명이 다친 사고다. 이듬해 1월 화재 원인을 조사한 소방청 합동조사단은 현장 지휘부가 상황 수집과 전달에 소홀했고, 인명 구조 요청에도 즉각 응하지 않았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소방청은 “현장지휘관이 비상구 위치와 건물 내 생존자 파악 등 소방활동을 위한 정보 획득이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를 들어 소방청은 제천소방서장과 지휘조사팀장, 충북도 소방본부 119 종합상황 실장 등 3명을 중징계해 달라고 충북도에 요구했다. 충북도는 소방징계위원회에 이들을 포함한 소방관 6명의 징계 의결을 요구했지만, 소방징계위원회는 검·경의 수사와 재판 진행 등을 이유로 징계를 유보했다.

경찰은 소방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목격자와 소방관계자 진술, 화재 당시 현장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분석한 뒤 지난해 5월 소방지휘부 2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이들에 대해 ‘혐의없음’ 처분을 내리면서 재판에 넘기지 않았다. 이에 유가족들은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항고했다. 그러나 검찰은 “원 처분(불구속기소)과 같은 이유”라며 항고를 기각했다. 유가족 대책위는 이에 법원에 재정신청을 했지만 이 또한 기각됐다. 재정신청 기각은 소방관의 잘못으로 인한 인명피해 여부를 재판에서 다루지 않겠다는 의미다.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유가족대책위원회가 지난해 11월 29일 항고장을 제출하기 위해 청주지검 제천지청에 들어서고 있다. 유가족들은 늑장 대처 의혹을 받은 현장 소방 지휘책임자들에 대해 검찰이 '혐의없음' 처분을 내린 것과 관련, 재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유가족대책위원회가 지난해 11월 29일 항고장을 제출하기 위해 청주지검 제천지청에 들어서고 있다. 유가족들은 늑장 대처 의혹을 받은 현장 소방 지휘책임자들에 대해 검찰이 '혐의없음' 처분을 내린 것과 관련, 재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가족대책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소방관 징계 의결에 대해 “합리적 수준의 징계라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 징계 처분이 확정된 사안은 아니지만, 소방청 합조단이 중징계를 요구한 소방관 3명 중 일부에게 경징계를 준 것은 책임을 물은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오는 25~26일쯤 충북도가 징계 내용을 통보하면 그에 맞춰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국회는 지난달 28일 제천 화재 평가 소위원회(위원장 권은희 의원)를 꾸리고 조사에 나섰다. 국회 제천 화재 평가 소위는 지난 5일 유족 대책위 등과 간담회를 진행한 데 이어 제천시에 화재 건물 철거 보류 요청도 했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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