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비즈스토리] 국어 영역 공부 어떻게 해야 할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4면

기고

흔히 국어 영역의 공부 비법으로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정작 출제자의 의도가 무엇인지 말해주지 않는다. 사실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해야 한다는 말은 출제 방식을 파악해야 한다는 말과 같다. 출제 방식보다는 출제자의 의도라는 말이 더 멋져 보이니까 이런 말을 쓴다. 그러니 이런 말에 휘둘릴 필요는 없다.

출제자의 의도든 출제 방식이든, 중요한 것은 이것을 알면 실제로 문제를 푸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출제 방식을 알 수 있을까? 이를 위해서는 소위 기출 문제(6·9월에 시행되는 모의고사와 수능 문제)를 풀어 보아야 한다. 모든 제품에는 사용 설명서가 있고, 모든 언어에는 문법이 있다. 기출 문제란 일종의 사용 설명서이자 문법이다.

그러므로 기출 문제를 푸는 것에서 그쳐서는 안 된다. 독서의 경우 지문을 꼼꼼히 분석하여 내용을 완전히 숙지할 정도가 되어야 한다. 문학의 경우 선지에 나오는 개념어를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또 어떤 것이 오답이 되고 어떤 것이 정답이 되는지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수능 문제에 익숙해지게 되고 ‘수능스러운’ 문제와 그렇지 않은 문제를 구분할 수 있게 된다.

국어 영역을 풀 때, 다른 어떤 지침보다 중요한 것은 독해 방법이다. 독해 방법은 어떤 시험, 어떤 글을 막론하고 동일하다. 심지어 단순하기까지 하다. 그 방법은 이렇다. 먼저, 글이 다루고 있는 ‘사실’ 관계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확인된 사실로부터 그 의미를 추론해 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황순원의 단편소설인 ‘소나기’의 주인공은 소년과 소녀이며, 둘은 함께 산에 다녀온 일이 있다. 이것은 작품에 그대로 나와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소년과 소녀가 사랑하는 사이였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 해석이다. 소녀가 소년을 기다리고 있었고, 소년과 소녀가 산에 함께 갔고, 산에서 소년이 소녀에게 꽃을 꺾어주는 등의 행위를 근거로 소년과 소녀가 사랑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는 것을 추론할 수 있다. 사실과 사실을 바탕으로 의미를 추론해내는 것, 이것을 ‘해석’이라고 부른다.

사실 관계 파악,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해석. 이러한 글 읽기의 다른 이름은 ‘정독’이다. 정독은 어렵지는 않지만 성가시고 귀찮은 일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사실 관계를 파악하는 단계를 밟지 않고, 바로 해석의 단계로 건너뛰려 한다. 이것을 흔히 ‘오독’이라고 부른다. 출제자는 정확히 이 오독을 겨냥하여 문제를 출제한다.

어떻게 하면 오독을 피할 수 있을까? 오독은 시간이 촉박하다는 생각에서 비롯한다. 80분 안에 45문제를 푼다는 건 불가능한 것처럼 느껴질지 모른다. 그런데 수능이 당장 내일 치러지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아직 연습할 시간은 충분히 남아 있다. 그러니 지금은 시험 시간은 과감히 잊고, 정독하는 연습을 해야 할 때다.

엔젤라 더크워스는 『그릿』에서 성공을 공식화하고 있다. 그녀는 ‘재능’을 가진 사람이 ‘노력’하면 ‘기술’을 터득할 수 있고, ‘기술’을 얻었다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이것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를 간단히 정리하면 성공=재능×(노력)2이다.

국어 영역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 방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기출 문제를 정독하여 풀고 이를 다시 분석해서 수능 문제에 익숙해지고, 문제에 익숙해진 이후에도 수능과 비슷한 유형의 문제를 계속 푼다면 좋은 성적에 이르게 된다. 명심하기 바란다. 좋은 성적은 노력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 노력의 제곱에 비례한다.

 공강일 한국교육평가인증 부설국어교육연구소 수석 연구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