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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 상징 ‘점박이물범’ 대규모로 돌아와…봄철 사상 최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해 백령도의 상징물 격인 ‘점박이물범’이 봄철을 맞아 대규모로 돌아왔다. 처음으로 흰색 점박이물범도 발견됐다.
23일 한강유역환경청과 DMZ자연사랑회에 따르면 지난 19∼20일 인천시 옹진군 백령도 물범바위 일대 서해 탐사에서 점박이물범이 185마리가 발견됐다. 이는 지난해 6월 물범바위 일대 탐사에서 97마리가 발견된 것과 비교해 2배가량으로 늘어난 것. 올봄 물범바위 일대에서 발견된 점박이물범 수는 역대 봄철 최고 수치다.

19∼20일 모니터링에서 185마리 발견 #지난해 6월 97마리 보다 배가량 늘어 #“민관군 합동 보호활동 결과 숫자 늘어” #‘흰색 점박이물범’ 1마리도 최초 발견

점박이물범(천연기념물 제311호)은 2006년 환경부가 멸종위기종 2급으로 지정한 해양 포유류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백령도 부근 바다에서 지내다 중국 보하이(渤海) 랴오둥(遼東)만에서 겨울을 난다. DMZ자연사랑회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 동안 춘계 모니터링에서 발견된 점박이물범 개체 수는 매년 10마리씩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그러나 2015년부터 점차 개체 수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지난 20일 인천시 옹징군 백령도 물범바위. 멸종위기에 놓인 점박이물범(천연기념물 311호) 무리 중에서 흰색 점박이물범 1마리가 발견됐다. [사진 진종구]

지난 20일 인천시 옹징군 백령도 물범바위. 멸종위기에 놓인 점박이물범(천연기념물 311호) 무리 중에서 흰색 점박이물범 1마리가 발견됐다. [사진 진종구]

진종구(환경공학박사) DMZ자연사랑회장은 “매년 5~6월은 까나리 성어기로 예년 모니터링 당시에는 점박이물범이 어망에 걸린 까나리를 먹기 위해 흩어졌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번 춘계 모니터링 결과만 놓고 개체 수 증감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개체 수 증가를 추정할 수 있어 반가운 일”이라고 말했다.
진 회장은 “점박이물범의 주요 휴식처인 백령도 동쪽 NLL 인근 해역의 물범바위에서 이뤄지던 ‘지네발 미역’ 채취가 올봄에는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의 서식환경 개선도 개체 수 증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며 “민·관·군의 지속적인 점박이물범 보호 활동이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DMZ자연사랑회 측은 “환경부 및 해양수산부 등 정부에서 점박이물범을 보호하려는 조치를 강화할 경우 자칫 어민 등 주민들에게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정부는 어족자원 증대를 기할 수 있는 어초(魚礁) 등을 바다에 투입하는 등 어족자원 육성정책을 병행하면서 점박이물범 보호조치를 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DMZ자연사랑회 측은 점박이물범 보호를 위해서는 점박이물범의 경우 사람이 접근하는 것에 위협을 느낀다는 특성을 고려해 학술조사를 제외한 생태관광선 등의 무분별한 접근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일 인천시 옹징군 백령도 물범바위 인근 연봉바위. 멸종위기에 놓인 점박이물범(천연기념물 311호)이 무리지어 쉬고 있다. [사진 진종구]

지난 20일 인천시 옹징군 백령도 물범바위 인근 연봉바위. 멸종위기에 놓인 점박이물범(천연기념물 311호)이 무리지어 쉬고 있다. [사진 진종구]

특히 이번 탐사에서는 온몸이 하얀색을 띤 ‘흰색 점박이물범’ 1마리가 최초로 발견됐다. 하얀 피부 사이사이에 희미한 반점 무늬가 나 있지만 다른 점박이물범과 확연히 구분되는 하얀 색깔을 하고 무리에 섞여 활동하고 있다. 흰 색깔은 유전자 변이에 의한 백색증으로 인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편 이번 탐사에서 물범쉼터 주변에는 점박이물범이 한 마리도 발견되지 않았다. 진 회장은 “물범쉼터는 육지와 가까울뿐더러 사람들의 출입이 잦은 바위가 주변에 많아 점박이물범이 이용을 기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앞서 해양환경공단은 지난해 말 국내 최대 점박이물범 서식지인 물범바위 인근 해역에 점박이물범 인공쉼터를 조성했다. 인공쉼터는 물범바위 인근 하늬바다에 섬 형태로 상부 노출 면적 350㎡·길이 20m·폭 17.5m로 만들었다. 인공적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고 1㎥급 자연석을 활용했다. 물범의 생태적 특성을 고려해 수면 위에 노출되는 마루의 높이를 네 단계로 구분해 물범이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조성됐다.

백령도=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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