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인 21일(현지시간)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와 인근 지역에 있는 교회·호텔 등 8곳에서 연쇄 폭발이 일어나 290여명이 숨지고 450여명이 다치는 테러가 발생했다. 정확한 폭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현지 당국은 이번 연쇄 폭발을 종교적 극단주의자들이 저지른 테러 공격으로 규정했다. 스리랑카는 극심한 종교, 민족, 언어 갈등에 시달려온 나라다.
CNN은 이번 테러에 대해 "스리랑카의 소수 기독교 공동체가 부활절 공격의 주요 표적이 됐다"고 지적했다. 기독교는 스리랑카의 소수 종교로 인구의 약 7%만이 기독교를 믿는다. 이번 테러에서는 3곳의 교회와 4곳의 호텔, 1곳의 가정집이 공격을 받았다.
스리랑카에선 전체 국민의 70.2%가 불교 신자다. 힌두교(12%), 이슬람교(9.7%), 기독교(7.4%)가 그 뒤를 잇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전 세계 곳곳에서 희생자에 대한 애도와 함께 테러에 대한 규탄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21일(현지시간) 스리랑카 테러의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에펠탑을 소등했다. 이날 파리 트로카데로 광장 한켠에 모인 시민들은 촛불로 만든 'PRAY FOR SRI LANKA'란 글씨에 불을 붙이며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했다.
인도의 모래 아티스트인 수다르산 펫낵은 인도 푸리 해변에서 우리는 스리랑카와 함께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테러를 규탄하는 모래 조각상을 만들었다. 그는 세계 각국에서 발생하는 사건 사고 등을 모래 조각상으로 만들어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곤 한다. 인도 알리가르 무슬림 대학교 학생들도 함께했다. 이들은 21일(현지시간) 촛불을 들고 거리를 행진하며 종교 갈등으로 촉발된 테러를 규탄했다.
뉴욕 성 패트릭 대성당에서는 스리랑카 희생자들을 위한 부활절 미사가 열렸다. 미사에 참석한 한 트위터 사용자는 이날 "평화를 위한 미사에 참석한 사람들이 어찌나 많은지"라며 글과 함께 인파 사진을 남기기도 했다. 또한 파키스탄 카라치와 페샤와르에서는 테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철야 기도회가 열리기도 했다.
SNS에도 테러를 규탄하는 글귀와 추모 이미지들이 넘쳐났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스리랑카에서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간 야만적인 테러는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상기시킨다"며, "각 희생자의 가족들에게 깊은 조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트위터 사용자는 "피해를 본 사람들이 가슴이 아프다"며, "우리는 종교, 언어, 피부색이 다를 수 있지만, 당신이 어디에서 누구를 위해 기도하든 우리는 모두 같은 인류다"고 말했다.
스리랑카 당국은 현재 공항 등 주요 시설물에 군경을 배치하는 등 경계를 유지하고 있다. 22일과 23일에는 전국에 휴교령을 내렸다.
또한 엉뚱한 소문을 막기 위해 주요 소셜미디어(SNS)를 차단한 상태다.
우상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