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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의 김영란, 사법부 신뢰 상징인 양형위원장으로

중앙일보

입력

김영란(63ㆍ사법연수원 11기) 전 대법관이 신임 양형위원장으로 위촉했다. 양형위원회는 형사재판의 구체적인 형량 기준을 정하는 대법원 산하 기구로, 위원장은 임기가 2년이다. 4기 전효숙 위원장 이후 두 번째 여성위원장이다.

대법원은 김명수 대법원장이 오는 27일 제7기 양형위원회 출범에 맞춰 김 전 대법관을 신임 위원장으로 위촉했다고 22일 밝혔다. “김 전 대법관의 경력과 자질에 비춰볼 때 양형에 관한 국민들의 다양한 목소리와 높은 관심을 반영해 국민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합리적이고 적정한 양형기준을 정립하는 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최초의 여성 대법관이자 '김영란법' 제정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김영란 전 대법관. 최정동 기자

최초의 여성 대법관이자 '김영란법' 제정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김영란 전 대법관. 최정동 기자

무너진 사법부 신뢰 수습할 '김명수 카드' 해석도

김 전 대법관은  2004년 최초의 여성 대법관으로 임명돼 2010년까지 대법관으로 재직했다. 2011년~2012년에는 제 3대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이른바 ‘김영란법’이라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발의를 주도했다.

법원 내에서는 김 전 대법관 인선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습책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양형위 소속 일부 부장판사들은 재판거래 등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다. 판사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규진 전 양형위 상임위원이 대표적이다. 전임 이진만 상임위원도 통합진보당 소송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위촉 두 달 전 서강대 교수직 돌연 사임 

한 서울고법 판사는 “양형위원장이 공정함의 상징과도 같은 자리라 주로 명망가들이 맡아왔다”면서도 “사법부의 신뢰가 어느 때보다도 추락한 상황에서 대중적 여론이 좋은 김 전 대법관이 무엇보다 끌리는 카드 아니었겠느냐”고 말했다. 지난 2월 김 전 대법관은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석좌교수직을 돌연 사임한 사실이 알려지며 그 배경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대법원은 양형위 위원 인선도 함께 마무리지었다. 위원 법관 위원에는 김창보 서울고법원장, 강승준ㆍ김우수 서울고법 부장판사, 고연금 수원지법 성남지원장이 임명됐다. 검사 위원에는 조은석 법무연수원장과 김후곤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이, 변호사 위원에는 염용표 대한변호사협회 부회장과 정영식 변협 법제이사가 위촉됐다.

원혜욱 인하대 로스쿨 교수와 이주원 고려대 로스쿨 교수, 심석태 SBS 보도본부장, 최은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변호사)도 위원으로 위촉됐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양형위원회는 총 4명의 여성 위원이 포진돼 있어 역대 가장 높은 여성 비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제7기 양형위는 다음달 13일 첫 회의를 연다. 오는 6월에는 전체 회의를 열어 본격 심사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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