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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합니다"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추모식 장식한 한 목소리

중앙일보

입력

희생자에 전하는 시민들의 메시지가 추모관 내 나무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심석용 기자

희생자에 전하는 시민들의 메시지가 추모관 내 나무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심석용 기자

"많이 무서웠죠. 이제는 편히 쉬세요. 미안합니다"

16일 오전 10시 인천가족공원 세월호 추모관에 들어서자 나무에 걸린 메시지들이 눈에 들어왔다. "잊지 않겠습니다"부터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까지 시민들의  메시지가 나뭇가지마다 가득했다. 5주기 추모식 때문에 평소보다 많은 사람이 추모관을 찾았지만 내부는 고요했다. 다들 조용히 세월호 참사 관련 전시를 지켜봤다.
지하 전시관 내 TV는 당시 구조현장부터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영결식까지 세월호 참사 이후 지난 5년을 압축해 보여주고 있었다. 운동화, 가방, 빗 등 희생자들의 유품도 놓여 있었다. 반복되는 세월호의 침몰 모습에 한 시민은 끝까지 영상을 보지 못하고 자리를 떴다

추모식 중 한 유가족이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감추고 있다. 심석용 기자

추모식 중 한 유가족이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감추고 있다. 심석용 기자

사고 사망 일반인 45명 추모식 열려 

이날 오전 11시 인천시 부평구 인천가족공원 세월호 추모관 앞에서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침몰 사고로 숨진 일반인 45명의 5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일반인 희생자 추모식은 1주기인 2015년에는 인천시 중구 해양광장에서 진행됐다. 2016년 4월 인천가족공원 내 추모관이 개관한 이후로는 이곳에서 열리고 있다. 인천가족공원 정문에선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현수막이 시민들을 맞이했다.

추모관으로 올라가는 길에는 노란 리본이 바람에 나부꼈다. 세월호 참사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 대책위가 주최한 추모식에는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박남춘 인천시장,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시민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세월호 참사로 어머니를 잃은 김모(36)씨는 "매년 추모식에 참석하고 있는데 올해는 지난해보다 사람이 많이 온 것 같다"라고 말했다.

사회자가 희생자 이름을 하나씩 부르면서 추모식이 시작됐다. 고인에 대한 묵념에 이어 인천시립합창단이 나란히 서서 '내 영혼 바람이 되어'와 'You raise me up'을 합창했다. "이 세상을 떠난 게 아니라오" 라는 마지막 노래 구절이 흘러나오자 한 유가족은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감추기도 했다. 최연순(58) 인천시립합창단 단무장은 "추모관이 생긴 이후로 매년 공연하고 있다"며 "뜻깊은 자리라 생각해 요청이 올 때마다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태호 위원장이 추모사에서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도움을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심석용 기자

전태호 위원장이 추모사에서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도움을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심석용 기자

"안전한 나라 만들어달라" 

합창이 끝나자 전태호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대책위원장이 추모사를 시작했다. 전 위원장은 "세월호 참사를 잊으라고만 하지 말고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을 바탕으로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달라고 외치겠다"며 시민들의 동참을 구했다. 이어 사회적 참사특별위원회에 "단 한명의 생명을 더 살려야 한다는 마음으로 한가지라도 더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사고 당시 지난 정부에 몸담고 있던 사람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유가족 여러분께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추모식을 마치고 나가면서 왜 안산이 아닌 인천에 왔냐는 질문에 "모두 304분의 영령들을 추모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며 "희생된 분들의 영면을 기원한다"고 답했다. 한편 황 대표가 추모사를 하는 동안 정동근(65)씨를 비롯한 일부 시민들이 황 대표에게 "내려와라"라며 고성을 질렀다. '책임자 비호하는 적폐를 청산하자'라는 피켓을 들고 있던 이들은 자신들을 인천 시민단체 소속이라고 소개했다.

추모관 내 재례실은 유가족이 오면 해당 희생자 사진을 띄워줬다. 심석용 기자

추모관 내 재례실은 유가족이 오면 해당 희생자 사진을 띄워줬다. 심석용 기자

헌화와 분향이 끝나고도 유가족들은 희생자 안치관과 제례실을 함께 오가며 서로를 위로했다. 추모관에는 단원고 학생과 교사를 제외한 일반인 희생자 45명 중 41명의 봉안함이 안치돼 있다. 시민들도 추모 리본 글쓰기, 리본 만들기 행사에 참여하면서 자리를 지켰다. 취지가 좋아서 추모식 아르바이트에 지원했다는 장현서(24)씨는 "연령대가 비슷한 희생자가 많아 세월호 사고 당시부터 많은 관심이 있었다"고 말했다.

추모관에는 현재 전 위원장을 비롯한 유가족 3명과 계약직 직원 3명과 상주하고 있다. 전 위원장은 "추모관이 작아 학생 안전 교육 장소와 시청각 시설을 설치할 공간이 없다"며 "진상규명과 함께 추모관에 지원이 더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도움을 호소했다.

인천=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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