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주장,저런하소연] 방학이 뭐예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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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아이들이 동상이몽으로 갈등을 빚을 여름 방학이 다가오고 있다. 벌써 '마감되었음'이라는 통고를 받을 캠프들이 여럿 보인다. 학원들도 재빠르게 방학프로그램들을 내 놓고 있다. 이른바 '캠프와 학원의 계절'이 돌아 오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이 받아 오는 학교 성적에 따라 캠프의 종류가 정해진다. 아이들의 수행이나 산출물의 질을 평가하는 '수행능력평가'가 새로운 캠프와 학원의 선정기준이 되고 있다.

'수행능력평가'라는 것이 학습의 결과보다는 그 과정을 중시하여 아이들의 창의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길러 주기 위하여 실시한다고는 하지만 실제 아이들에게 있어 적당한 수준의 것인가는 의문이 든다. 학교에서나 집에서나 아이들이 그 취지를 살려 스스로 맡겨진 과제를 해결하고 있다기보다는 사교육이나 부모 손을 거쳐 속성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게 주위 현실이기 때문이다.

포트폴리오는 주로 엄마가, 발표력이 부족할 때는 웅변 학원으로, 미술 실기가 부족할 때는 미술 학원으로, 노래나 악기가 취약할 때는 음악학원으로, 운동 신경 둔한 아이는 스포츠 센터로…. 엄마들의 바쁜 행보가 오늘도 이어진다.

수행평가 이후 아이들은 만능 엔터테이너가 되어야 했다. 어느 것 하나라도 못하면 다른 것을 아무리 빛이 나게 하였더라도 학교를 만족시키지 못한다. 이는 곧 아이들의 성적으로 이어지고 그 스트레스는 부모를 통해 아이들에게 전해진다. 학기 중에도 아이들은 학원 때문에 바쁘다. 단지 내 상가를 가 보면 아이들이 학원과 학원 사이를 오가며 끼니를 때우기 위해 분식 코너가 문전성시를 이룬다. 그래도 아이들이 잠시 친구들과 회포를 풀 수 있는 시간이라 웃음과 수다가 끊이질 않는다.

정해진 학습 목표를 위해 매진한 아이들이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며 나름의 계획을 세우고 휴식으로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 때가 방학이다. 아니 방학이었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런 쉼표로 자리 잡을 방학이란 없다.

받아 온 성적표를 바탕으로 학교를 대신할 더 많은 학원과 캠프로 느슨해 질 틈 없이 바로 연결시켜야 한다는 것이 많은 학부모들의 생각이다. 여기에는 우리 아이만 놀면 방학 후 벌어질지도 모를 다른 학생들과의 차를 어찌할까 하는 우려가 들어 있다.

아이들은 천천히 그리고 놀면서 커야 한다는 내 생각이 가끔 흔들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학원으로 캠프로 떠난 아이들 때문에 방학이면 더 심심한 아이를 위해 친구랑 놀 수 있는 학원으로 보낼 수밖에 없다는 친구의 말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학교 대신 장소만 바뀐 같은 생활에 아이들은 이렇게 물어 볼지도 모른다.

"방학이 뭐예요? "

김은주 (38세·주부 서울 송파구 신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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