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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 상인들에게 800억원 가짜 계산서 발급…어떻게 가능했나

중앙일보

입력

서울 동대문 상인들을 대상으로 800억원 상당의 허위 세금 계산서를 유통한 일당이 검찰에 적발됐다.

부가세 내지 않으려는 상인들 대상으로 범행 #허위 세금계산서 발급 후 폐업하는 '폭탄업체' 운영

인천지방검찰청 금융․조세범죄전담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허위 세금계산서 수수 및 사기 등 혐의로 브로커 A씨(52) 등 4명을 구속기소 하고 B씨(41) 등 4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15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수수료를 받고 허위 세금계산서를 유통한 일명 '자료상’을 집중 수사해 자료상 및 바지사장, 브로커 등 8명을 적발했다"고 말했다.

간판업체는 동대문 의류상가에 허위세금계산서를 유통하고 11억원 상당을 편취했다.[인천지검]

간판업체는 동대문 의류상가에 허위세금계산서를 유통하고 11억원 상당을 편취했다.[인천지검]

A씨 등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 동대문 의류업체 상인들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총 812억원 상당의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허위 매출자료 등을 근거로 금융권 등에서 11억원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A씨 등은 중간에서 수수료만 챙기고 허위 세금계산서를 세탁하는 '간판업체'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한 후 부과된 부가세를 내지 않고 폐업하는 '폭탄업체'를 운영하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간판업체의 허위 세금계산서를 이용해 매출을 가장한 뒤 기업 운용자금, 기업마이너스대출 등 명목으로 각종 대출을 실행했다. 또 신차구입자금대출로 구입한 신차를 판매해 대금을 나눠 가지기도 했다.

동대문 의류상가 상인들은 중국 공장 등에서 의류를 구매해 정상 거래보다 많은 수익을 올린 뒤 허위로 매입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아 사실상 부가세를 거의 내지 않으려 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폭탄업체도 허위 세금계산서를 유통한 뒤 세금을 납부하지 않은 채 폐업하면서 누구도 세금을 내지 않는 상황이 발생했다. 검찰 관계자는 "폭탄업체 이용이 적발된 동대문 의류상가 8곳 중 6곳은 현재 해당 세금을 납부했고, 납부를 거부한 2곳은 고발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검찰은 유령법인을 만든 뒤 총 88억원 상당의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일당도 적발해 1명을 구속기소하고 3명을 불구속기소했다. 이들은 처음부터 대출을 받아 나누어 사용할 목적으로 급전이 필요한 명의자를 모집했다. 사업자 등록을 한 뒤 1억5900만원 상당의 소상공인 사업자 대출 등을 나누어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은 소상공인 사업자대출이 엄격해지자 신용보증재단에서 보증서를 발급받아 제출하고 대출을 받는 수법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설명했다.

대출을 목적으로 유령법인을 설립해 세금계산서를 유통한 브로커. [인천지검]

대출을 목적으로 유령법인을 설립해 세금계산서를 유통한 브로커. [인천지검]

유령법인 명의 허위 소득신고서 등을 근거로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은 일당도 적발돼 불구속기소됐다. 이들은 국세청 홈텍스에 접속해 유령법인의 종합소득세 신고를 하면서 수입금액을 허위로 기재했다. 출력한 신고서를 근거로 금융권에서 3회에 걸쳐 3억2000만 원의 대출을 받았다. 해당 소득신고서는 사이트에 접속한 사람이 입력한 내용 그대로 출력된다. 세무공무원이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가 없어 허위내용의 신고서를 출력할 수 있었다.

허위 소득신고서를 근거로 3억2000만 원의 대출을 받은 사례. [인천지검]

허위 소득신고서를 근거로 3억2000만 원의 대출을 받은 사례. [인천지검]

검찰 관계자는 "대부분 무혐의 의견으로 송치 내지 이송된 바지사장들을 보강 수사해 실체를 밝히고 연관된 금융 비리까지 적발했다" 며  "조세범죄 및 금융 비리를 철저히 수사해 경제 질서 왜곡을 바로잡겠다"고 강조했다.

인천=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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