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맞은 국감…노건평·안희정씨 등 핵심증인 무더기 불출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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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건평씨도 없고, 안희정씨도 없고…."

29일 국회 정무위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은 맥빠진 모습이었다. 노무현 대통령 친.인척 및 측근 비리 의혹 사건을 추궁하기 위해 신청한 주요 증인들이 무더기로 출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바람에 불출석 증인의 처리를 놓고 정회를 거듭하는 등 국감이 차질을 빚었다.

◇증인 무더기 불출석=이날 국감에는 대통령 친인척 등의 의혹과 관련해 16명의 증인이 출석하기로 돼 있었다. 그러나 이 중 9명이 불출석했다. 불출석 증인들은 盧대통령의 친형인 노건평씨, 盧대통령의 측근 안희정씨 등 대부분 한나라당이 핵심 증인들로 꼽은 인사들이었다.

특히 노건평씨와 안희정씨는 국감 직전인 이날 오전 9시30분과 8시30분에 각각 불출석을 통보했다. 노건평씨는 출석요구서가 기한 내에 도착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댔고, 安씨는 지난 21일 자전거사고로 병원에 입원 중이라는 사유를 내세웠다.

그러자 한나라당 엄호성 의원 등은 "이건 명백한 국회 경시"라며 "상임위 차원에서 강제동행명령장을 발부하자"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과 통합신당 측은 "불출석 사유서를 낸 이상 동행명령장 발부는 무리"라고 반대했다.

불출석 증인 처리문제로 회의가 공전하자 한나라당 홍사덕 총무까지 국감장으로 달려와 당 차원의 전략회의를 지휘했다.

◇비(非)한나라 연대(?)=한나라당이 전략회의를 이유로 회의를 지연시키자 한때 민주당과 통합신당.자민련 등 3당 의원들은 별도 합동회의를 여는 등 공조체제를 가동했다.

민주당 조재환 간사는 "여당 집합"이라고 외치며 민주당과 통합신당 의원들을 소집시켰다. 민주당 이훈평 의원은 "이렇게 (통합신당과)같이 하니까 사쿠라란 소리를 듣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논란 끝에 오후 회의에서 이재창 위원장(한나라당)은 "오늘 출석하지 않은 증인들에 대해 10일까지 재출석 요구서를 보내되 또다시 불응하면 당일 동행명령장을 발부키로 하자"며 이를 표결에 부쳤다.

통합신당 김부겸 의원이 "국회법이 어떤 상황을 가정해 미리 결의한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다"고 반발했지만 표결 결과 조건부 동행명령장 발부 안은 한나라당 의원 11명 전원의 찬성으로 의결됐다. 安씨 측은 오후 회의 직전 병원의 진단서 2부까지 제출했다.

◇"법 개정으로 불출석 제재"=한나라당은 이날 무더기 증인 불출석 사태와 관련해 법을 개정해서라도 막겠다고 밝혔다.

현행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에는 증인들이 정당한 사유없이 불출석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백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증인들이 출석통지서를 받지 못했다는 등의 사유를 내세울 경우 사실상 제재수단이 없다.

박승희.이가영 기자<pmaster@joongang.co.kr>
사진=김태성 기자 <t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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