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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로 쪼갠 2시간 방송…속 뻔히 보이는 '미우새' 꼼수 편성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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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의 간판 예능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

SBS의 간판 예능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

SBS 간판 예능 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이하 '미우새')가 지상파로선 처음으로 '꼼수' 편성의 막을 올렸다.
'미우새'는 기존의 2부 편성을 늘린 3부 편성 방송을 7일 밤 처음 내보냈다. 두 시간 분량의 방송은 3부로 나뉘어 40분씩 전파를 탔다. 지상파로선 꽤 파격적인 편성이다.
SBS는 "짧은 호흡으로 동영상을 소비하는 요즘 시청자들의 패턴을 고려한 편성"이라 설명했다. 하지만 이를 곧이 곧대로 듣는 이는 거의 없다.
광고 수익을 늘리기 위한 속내가 너무나 뻔히 들여다보이기 때문이다. '미우새'가 3부 편성으로 늘어나면서 프로그램 중간에 한 번만 들어가던 프리미엄 광고는 두 번으로 늘어났다. 광고 분량 또한 3분으로 두 배 늘었다. 광고를 위한 '꼼수' 편성이란 지적을 받는 이유다.
'꼼수'란 비난을 받으면서도 SBS가 이를 강행한 이유는 무엇일까.
지상파의 광고 매출이 급감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기대를 걸고 있던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마저 부정적 여론 등으로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자구책의 일환으로 무리수를 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1분기 지상파 광고 매출이 전년 대비 25% 감소하는 등 현재 지상파 광고 매출은 가파른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게다가 지상파 광고 매출에 숨통을 틔여줄 것으로 기대했던 중간광고 도입도 신문업계가 반발하는 데다 문화체육관광부까지 부정적 의견을 보이고 있어 지지부진한 상태다.
국민 10명 중 6명이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에 반대하는 여론 또한 커다란 걸림돌이다.
한 지상파 관계자는 '미우새'의 3부 쪼개기 편성에 대해 "급감하는 광고매출 하락과 중간광고 도입 무산 가능성 등을 고려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3부로 쪼개진 '미우새'의 시청률은 전주와 다름없이 23%대를 기록했다. 동시간대 프로그램 중 부동의 1위다.
SBS로선 기존 시청률을 유지하면서도 광고 매출까지 늘리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지만, 일부 시청자들은 늘어난 광고 분량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포털 사이트의 관련 게시판에는 '늘어난 광고에 짜증 난다' '이런 추세로 가다간 4부까지 쪼개는 것 아니냐' '시청자들이 광고의 볼모가 돼야 하느냐'는 비판 의견이 적지 않다.
'미우새'의 꼼수 편성에 다른 지상파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MBC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선 중간광고 도입에 기대를 걸고 있기 때문에 SBS처럼 일부 인기 프로그램을 3부 편성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향후 여론 추이에 따라 다른 지상파 방송이 SBS처럼 꼼수 편성을 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2017년 4월 SBS와 MBC가 주요 예능 프로그램과 주중 드라마에 프리미엄 광고를 삽입한 이후 KBS도 곧바로 일부 프로그램에 프리미엄 광고를 도입한 것처럼, 달콤한 유혹 같은 꼼수 편성이 지상파 전반으로 확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의 김언경 사무처장은 "쪼개기 편성에 대해 SBS는 시청 패턴의 변화를 반영한 것이라 하지만, 시청자 입장에선 프로그램 중간에 광고가 늘어나 불편을 느낄 수 밖에 없다"며 "중간광고 도입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꼼수를 써서 광고를 한번 더 넣은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영방송인 SBS는 그렇다 쳐도, 공영방송인 KBS와 MBC까지 이같은 꼼수를 따라 해선 안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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