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구겨진 태극기’ 담당 과장 보직해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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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 4일 외교부청사 회담장 구겨진 태극기 앞에서 악수하는 한·스페인 외교차관. [연합뉴스]

지난 4일 외교부청사 회담장 구겨진 태극기 앞에서 악수하는 한·스페인 외교차관. [연합뉴스]

외교부가 한·스페인 차관급 회담 행사장에 구겨진 태극기를 세워놓은 담당 과장을 보직에서 해임하기로 했다. 외교부는 7일  한·스페인 제1차 전략대화 행사를 담당한 해당 과장에게 ‘본부 근무’ 인사 발령을 냈다. 사건 발생 사흘 만이다. 당시 조현 외교부 제1차관은 페르난도 발렌수엘라 스페인 외교차관과 구겨진 태극기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행사 직전 직원 2명이 주름을 손으로 펴보려 했으나 역부족이었고, 이 모습은 사진과 동영상으로 고스란히 기록됐다. 해당 과장은 현 직책을 내려놓고 당분간 무보직으로 근무하게 된다. 이와 별개로 외교부 감사관실은 이번 일이 벌어진 경위를 조사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물을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강경화 장관 체제에서 외교부의 외교 실수 및 결례는 ‘일상사’처럼 일어났다. 지난달 19일 외교부는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라트비아 등 ‘발틱(Baltic) 3국’의 ‘발틱’을 남부 유럽인 ‘발칸(Balkan)’으로 오기했다. 지난해 11월 문재인 대통령이 체코를 방문했을 땐 외교부 트위터 계정에 ‘체코’를 ‘체코슬로바키아’로 잘못 쓴 글을 올렸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말레이시아를 국빈 방문해 말레이시아어가 아닌 인도네시아어로 인사를 건네 외교 결례 논란을 빚었다. 연이은 실수와 관련, 외교부 조직의 기강 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강경화 장관 문책론도 확산되고 있다. 강 장관은 지난달 20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의원들의 지적이 잇따르자 “외교부로서는 참 아픈 실수”라며 “우려를 드린 것에 대해 심심한 사죄를 드린다”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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