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러프·36홀, 또 연장 18홀 '여제' 소렌스탐 부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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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렌스탐이 연장 12번 홀에서 버디를 성공시킨 뒤 승리를 확신한 듯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뉴포트 로이터=연합뉴스]

'골프 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 돌아왔다.

올 시즌 두 차례 메이저 대회에서 오랜 라이벌 카리 웹(호주.나비스코 챔피언십)과 박세리(LPGA 챔피언십)의 우승을 지켜봐야 했던 소렌스탐이 3일(한국시간)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뉴포트 골프장에서 끝난 LPGA 투어 US여자오픈(파71)에서 연장 혈투 끝에 팻 허스트(미국)를 4타 차로 누르고 우승했다. 연장 성적은 소렌스탐 1언더파, 허스트 3오버파.

연장전은 싱겁게 결판이 났다. 소렌스탐은 첫 홀(파5)에서 버디를 잡아 기선을 제압했고 허스트는 보기를 해 단숨에 두 타 차가 났다. 소렌스탐의 첫 홀 두 번째 샷이 그림 같았다. 공이 깃대를 지나 그린 언저리에 떨어졌지만 강한 역회전이 걸리면서 버디 기회로 연결됐다. 전반이 끝났을 때 소렌스탐이 1언더파 34타를 쳐 4오버파 39타를 친 허스트를 압도했다. 소렌스탐은 12번 홀에서 버디를 추가, 6타 차로 벌려 승부를 결정지었다. 소렌스탐은 LPGA 투어 연장 전적 15승5패를 기록했고, 허스트는 그중 세 번 제물이 됐다.

골프 여제는 10년 만에 "내가 원하던 바로 그 자리"라던 US오픈 정상에 섰다. 하지만 험난한 길을 걸은 뒤에야 가능했다. 2일 한꺼번에 치른 3, 4라운드는 무려 11시간에 걸친 마라톤이었다. 소렌스탐과 허스트는 4라운드 합계 이븐파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강풍과 거친 러프 속에서 하루에 2라운드 36홀, 1만3128야드의 격전을 함께한 두 선수는 결국 US여자오픈 규정에 따라 3일 연장전 18홀 경기를 다시 치러야 했다.

올해 LPGA의 메이저대회는 모두 연장 승부로 결정됐다.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는 웹이 로레나 오초아(멕시코)를, LPGA 챔피언십에서는 박세리(CJ)가 웹을 연장에서 꺾고 우승했다.

미셸 위(한국이름 위성미)와 박세리는 4라운드 합계 2오버파 공동 3위에 머물렀다. 안시현은 합계 8오버파 공동 8위, 김영(신세계).이지영(하이마트)과 재미동포 아마추어 제인 박은 9오버파로 공동 10위를 했다. 2라운드까지 상위권에 한국 선수가 많았지만 하루에 36홀 경기를 치러 본 경험이 적은 탓인지 최종일 성적이 좋지 않았다.

미셸 위는 또다시 우승 문턱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우승에 점점 다가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82타를 치며 무너진 지난해 US여자오픈과 달리 이번 대회에서는 70-72-71-73타로 안정적인 경기를 했다. 특히 마지막 5개 홀에서 연속파를 잡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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