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5일 오후 대형 산불이 발생한 강원도 고성과 속초 일대를 찾아 피해 주민들을 위로했다.
노란색 민방위복을 입은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 41분 고성군 토성면사무소에 마련된 대책본부를 찾아 10여분간 산불 진화 상황을 보고받았다. 문 대통령은 “지금 눈으로 볼 때는 불꽃들이 남아 있습니까? 바람이 점점 더 잦아들 것 같습니까, 아니면 더 강해질 가능성도 있습니까? 일몰 시각 이전까지 대체로 진화할 수 있을 거 같습니까?” 등을 확인하며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아야겠다”고 당부했다.
이어 오후 3시 56분부터 30여 분간 인근 천진초등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이재민 임시주거시설을 방문했다. 문 대통령은 체육관에 설치된 텐트를 돌면서 피해 주민들을 만났다. 주민들은 “몽땅 탔다. 아침에 나가보니 다 재가 됐다”며 피해를 하소연했고, 더러는 문 대통령에게 “도와달라”며 울먹였다.
문 대통령은 “우선은 빨리 집을 복구해서 돌아가실 수 있도록 하겠다. 그래도 대피소에 또 계셔야 할 거니까 최대한 편하게 지내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현장에 있던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특별재난지역 지정은 (어떻게 돼가느냐)”이라고 말했고, 김 장관은 “행정 절차를 빨리하겠다”고 말했다.
오후 4시 40분부터는 속초시 장사동 장천마을로 자리를 옮겨 20여 분간 산불 피해 현장을 점검했다. 문 대통령은 가옥이 불탄 주민과 만나 “안녕하시냐고 인사를 건네지도 못하겠다”고 위로했다. 옆에 있던 최문순 강원지사에게는 “겉으로 보이는 상처는 물론, 트라우마도 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마을회관에서 주민 20여명을 만나 “얼마나 놀라셨느냐. 집 복구까지 임시 거처를 마련하고, 피해보상도 신속히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독였다.
문 대통령은 현장 방문에 앞서 오전 11시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산불 진화에 총력을 기울일 것과 강원도 산불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화재가 확산하던 0시 20분에 이어 두 번째 지시였다.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오전 11시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피해 상황과 대응책 등에 대한 보고를 받으며 고성과 속초를 방문해 현장 상황을 살펴보고 이재민들을 위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피해 복구 현장을 찾은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문 대통령은 앞서 경북 포항 지진 현장(2017년 11월 24일),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현장(2017년 12월 22일),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 현장(2018년 1월 27일)을 찾았다.
문 대통령은 산불 상황 대응에 총력을 쏟기 위해 이날 예정돼있던 식목일 기념행사 참석도 취소했다. 청와대가 산불 대응에 안간힘을 쓰는 것은 화재 규모가 워낙 크기도 하지만, 문 대통령의 최근 지지율과도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논란 등으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세인 상황에서 선제적인 재난 관리를 통해 민심의 추가 이탈을 막으려는 조치란 해석이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