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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부 미사여구 많아야 좋나요?"…고교-대학 머리맞대고 학생부 토론

중앙일보

입력

교육부는 4일 경기 성남시 코리아디자인센터에서 '고교-대학 간 원탁토의'를 개최했다. 교사와 대학 입학사정관들이 바람직한 학생부 기록 방법과 평가 방법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남윤서 기자.

교육부는 4일 경기 성남시 코리아디자인센터에서 '고교-대학 간 원탁토의'를 개최했다. 교사와 대학 입학사정관들이 바람직한 학생부 기록 방법과 평가 방법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남윤서 기자.

“학생부에 성실하다, 창의적이다. 이런 미사여구를 쓰는 게 좋을까요.”
“OO대학교에서 선호하는 내용이 있다고 소문이 나면 그런 걸 써줘야 되는 것인지, 오히려 불리한지 궁금해요.”

 대학 입시에서 핵심 요소로 떠오른 학생부에 대해 교사와 대학 입학사정관들이 모여 토론하는 자리가 열렸다. 교육부는 4일 경기 성남시 코리아디자인센터에서 ‘제1회 고교-대학 간 원탁토의’를 개최했다. 고교 교사 75명과 대학 입학사정관 30명이 15개 그룹으로 나뉘어 학생부를 둘러싼 갖가지 궁금증에 관해 토론했다. 대입에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 급격히 확대되면서 “학생부에 어떤 내용을 써야 하느냐”는 질문이 곳곳에서 나왔다.

 교사들은 학생부나 자기소개서에 미사여구를 쓰는 게 좋은지 물었다. 정해진 분량에 학생들의 우수한 점을 써주다 보면 ‘탁월하다’, ‘성실하다’와 같은 표현을 쓰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한 대학 입학사정관은 “미사여구보다는 구체적인 사실 위주로 평가한다. 솔직히 미사여구만 있는 서류는 읽어보고 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답했다.

 진로 희망이 불분명한 학생이 많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한 교사는 “진로가 일관된 학생이 좋은 평가를 받는다는데, 실제로 3년간 꿈이 똑같은 학생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학 입학사정관은 “3년간 진로가 똑같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매년 진로가 바뀌어도 그것을 찾아 나가는 과정이 드러나면 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4일 경기 성남시 코리아디자인센터에서 교사와 대학 입학사정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고교-대학 간 원탁토의'를 개최했다. 현장에서는 고교 학생부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다. 남윤서 기자.

교육부는 4일 경기 성남시 코리아디자인센터에서 교사와 대학 입학사정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고교-대학 간 원탁토의'를 개최했다. 현장에서는 고교 학생부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다. 남윤서 기자.

 소그룹별 토론이 끝난 뒤에는 집단 토론이 이어졌다. 패널로 나선 김정현 경상대 입학사정관은 “대학에서는 잠재 학업 역량을 보는데, 핵심은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는 힘이 있느냐다”며 “자기 진로와 진학이 연결되는 것을 가장 의미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학생부에 관해 규제가 너무 많다는 불만도 제기됐다. 한 교사는 “학생부에 띄어쓰기, 점 하나까지 지침이 있어서 괴롭다”고 털어놨다.

 교육부는 5월까지 권역별로 6회에 걸쳐 토론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이상수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관은 “학교 현장에서는 학생부에 과장된 내용을 써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그런 오해를 해소하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조벽 숙명여대 석좌교수는 “1등을 뽑기보다 사회에 기여할 유니크한 인재를 뽑기 위해서 학생부종합전형은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제도”라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학종은 학부모와 학교, 대학이 서로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은 제도이기도 하다”면서도 “점진적으로 확대하면서 신뢰를 쌓아나가기 위해 오늘과 같은 토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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