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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사의 정치학…호화 논란에서 재테크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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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염태정 기자 중앙일보
염태정 내셔널팀장

염태정 내셔널팀장

관사라 부를 수 있는 집을 지난해 두 곳 가봤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한 달짜리 ‘임시 관사’인 서울 강북구 옥탑방, 이재명 경기도지사 관사로 다시 쓰일 수원시 팔달구 ‘굿모닝 하우스’다.  강북구 옥탑방은 ‘쇼’ 논란을 불렀고, 굿모닝 하우스는 지금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굿모닝 하우스는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2층 건물인데 넓은 잔디밭이 인상적이었다. 40년 넘게 관사로 쓰이다 남경필 전 지사가 ‘도민에게 돌려주겠다’고 하면서 2016년 4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굿모닝 하우스란 이름 아래 결혼식장·카페 등으로 썼다. 그러다 이 지사 취임 후 ‘운영 적자가 크고 관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폐쇄됐다. 일부에선 ‘남 지사 흔적 지우기’란 얘기도 나왔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굿모닝 하우스를 지켜주십시오’라는 글이 올라왔다.

지난해엔 유난히 관사 논란이 많았다. 지방 선거에 단체장 추문이 겹치면서다. 크게 보면 관사는 관치시대의 유물로 지금은 필요가 없는 것이란 주장과, 업무 효율 향상 및 손님맞이 등을 위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맞선다. 관사 운영엔 상당한 돈이 들어가는 만큼 민선 단체장으로선 지역민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결국 들어갔지만, 김경수 경남지사를 비롯 여러 단체장이 당선 후 관사 입주를 꽤 고민했다. 충남에선 안희정 전 지사 성 추문에 관사 폐지 목소리도 높았다. 호화 논란 속에 전라남도는 옛 도지사 관사인 한옥 어진누리를 공매로 내놨다. 오는 9일 첫 입찰이 진행될 예정이다.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을 위한 관사는 단독주택·아파트·빌라 등 다양한 형태다. 통상 근무지가 거주지와 멀리 떨어져 있을 때 제공한다. 서울에 살고 있는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에게 빌라 관사가 제공됐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다. 거주 비용을 아낄 수 있으니 관사 입주는 상당한 재산적 이익이다. 그러니 관사 재테크란 말도 나온다.

공무원·공공기관의 관사 운영 규정은 자치단체와 기관에 따라 다양하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말 ‘지방자치단체 공유재산 운영기준’ 개정을 통해 자치단체장의 관사 운영현황을 주민에게 공개하는 근거를 마련했다. 건물 유형·규모·보유형태, 관리·운영비, 활용 현황 등을 공개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제대로 공개하는 곳은 드물다 일부 지자체가 홈페이지에 관사 현황을 공개하고 있는데 소재지·면적·매입가격 정도다. 이번 청와대 관사 재테크를 보니 그 정도론 안 될 듯하다. 단체장뿐 아니라 일정 직급 이상 직원의 관사 제공 현황과 조건을 상세히 공개해야 한다. 모두 우리가 내는 세금으로 운영하는 것 아닌가.

염태정 내셔널 팀장